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연극무대로 들어왔다. 권리장전의 올해의 주제는 친일탐구... 친일을 주제로한 아홉개의 작품이 매주 새롭게 막이 오른다. 그 첫 번 째 작품은 극단 화살표의 '준생'. 짧은 시간이었지만 첫 번 째 작품답게 주제에 대한 묵직한 문제의식을 보여주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전날 밤 안중근의사를 찾아 그의 거사를 막으러 미래에서 온 그의 둘째 아들 준생. (그는 실재로 이토의 아들에게 아버지의 행동을 사죄 하는 등 일련의 친일행적을 벌인 것으로 김구선생에 의해 '악질 친일파'로 지목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부자간의 치열한 논쟁은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간의 보편적인 갈등을 연상시키며 극의 초반에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주로 준생의 입장과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2인극의 긴장감이 유지되기 보다는, 준생이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고 아버지인 안중근을 설득하는데 많은 장면이 할애되어,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에 흩뿌려진 흙으로 상징되듯) 결국 인생이나 역사는 그저 허무한 것이다는 느낌만이 남지 않았을까? 안중근이 아들에게, 사랑하는 가족의 가치를 넘어 자신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모습으로, 좀더 두 인물의 균형이 맞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민족'이라는 담론이 한물 간 시대라지만 최근의 꼬인 한일관계는 역사를 보는 더 냉철하고, 정확한 시각을 요구하고 있고, 한일간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 70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말 많고 탈 많은 '친일'을 주제로 굴곡진 한국 근대사의 많은 걸 담아내기가 쉽지않은 일이었을텐데, 최선을 다한 배우와 스텝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또 다른 각도에서 친일을 '탐구'할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권리장전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