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산울림 고전극장의 세번 째 작품은 극단 DOT의 '환상의 모파상'이다. 한 달이 채 안되어 같은 극장에서 모파상의 단편들을 또 연극으로 다룬 셈인데 300여편이 넘는 그의 단편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흔히 환상소설로 묶이는 단편 네편('머리카락', '그 사람', '화성인', '꿈')을 재구성했다. 글을 쓰기위해 정신병원을 찾은 모파상이 병원에서 눌, 쎄로, 제호라는 환자와 무라는 의사를 만나는데 그들 하나 하나가 모파상의 단편을 각각 이야기로 풀어낸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원인 모를 고독, 불안감, 공포를 겪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기이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현대인들이 가진 미약한 정신의 일면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서 가끔 공감하거나 피식 웃게 된다. 무대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실은 모파상의 환상이 만들어낸 책속의 인물들이고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모파상 자신이라는 설정은 극의 기발한 마지막 반전이었다. 실제로 모파상은 정신착란을 겪다가 43세의 나이에 요절했다고 한다. 행성들을 배경으로 화성에 대해 끝없이 중얼거리는 눌이 등장한 장면이 우주와 인간과 삶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글쓰는, 작가라는 존재를 강렬한 이미지로 환기시킨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7월 19일까지... 산울림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