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장전 두 번째 참가작은 극단 저울단의 경부특급이다. (아카츠키(여명) 익스프레스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와 검색을 해보니, 이 열차는 1936년 개통된 경부특급열차로 당시로서는 서울 부산을 6시간 대로 운행하는 획기적인 기차였고, 이것이 해방 후에 통일호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무대배경으로 설치된 '꽃보다 이완용'이라는 파스텔톤의 네온사인이 시대를 암시하는 가운데 연극은 1925년 7월 17일 이완용의 생일에 참석하기 위해 경부선 특실에 탑승한 승객들이 모여있는 열차의 식당칸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이들은 각각 이완용에게 생일선물로 토지문서를 선물하려는 일본인의 양자와 무용을 하는 그의 여자친구,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꾀한 일본 철도청의 조선인관리, 장차 개통될 아가츠키특급의 지분을 따 내려는 영남의 사업가, 노동조합, 친일어용 단체등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얼치기 기자 등이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표적인 매국노 이완용 밑에서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에 급급했던 일제강점기 B급 친일파들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열차는 경성에 도착하는데... 열차 승무원을 비롯한 배우들의 전체적으로 안정된 연기와 그들이 풀어놓는 세세한 이야기의 재미에도 불구하고, 감동으로 이어질 만큼 극 전체를 관통하는 극적 갈등이나 주제가 다소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