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여행자의 고전연극을 보고나면 원작을 읽고 싶어진다. 셰익스피어의 '베로나의 두 신사'를 여성국극, 일본의 다카라즈카를 참조하여 여배우들만의 독특한 무대로 재창조하여 큰 호응을 얻은 극단 여행자가 비슷한 형식으로 이번에 도전한 작품은 프랑스 근대극! 17세기 프랑스의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에드몽 로스탕이 1897년에 희곡으로 쓴 원작은 이미 많은 영화와 연극으로 그 줄거리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공연은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록산느를 제외한 모든 남성역할을 여배우들이 소화한 점도 그렇고, 직사각형 무대를 소극장 중앙에 배치하여 마치 권투경기장같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관극도 그렇다. 연신 열리고 닫히는 무대에 드리워진 엷은 커튼은 순간적으로 드러나고 감추어지는 모호한 진실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했고 시대 분위기를 적절히 살린 음악, 전쟁터의 리얼한 음향, 죽음을 맞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은 듯한 시라노의 강렬한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거기다 극의 중간중간 여행자 특유의 코믹코드까지... 문제적 공연임에 틀림없는데 더이상 표가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