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산울림 고전극장의 네 번 째 작품은 극단 송곳의 ‘시라노 컴플렉스’다. 연극은 영화나 뮤지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 원작의 희곡, ‘시라노 드 벨주락’을, 고전의 향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젊은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는 유쾌한 청춘극으로 잘 만들어냈다. 빼어난 칼솜씨와 말솜씨를 가졌음에도 ‘거대한 코’란 컴플렉스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록산느에게 보내는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대필해 주는 주인공 시라노와 그와 대비되는 멋진 외모와 젊음을 가진 크리스티앙, 아름답고 지혜로운 록산느와의 삼각관계는 ‘어긋난 사랑’이라는 우리가 익숙한 대중문화의 흔한 주제인데, 연출은 이를 배우들의 감각적인 연기와 익숙한 대중음악을 사용하여 속도감 있고 경쾌하게 풀어내 관객들의 큰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원작에 있었을 장황한 불어 대사들을 우리말 어감에 맞게 감각적으로 다듬어 번역한 대사들과, 작은 무대를 쪼개어 최대한 활용한 동화풍의 무대, 단순하지만 핵심을 드러내는 의상, 코믹한 연기와 분장 등도 인상적이었다. 먼지 쌓인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보여주어 젊은 세대들에게 고전을 새롭게 접하게 하는 것이 애초에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다면 그 취지에 부합하는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