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by Kyuwan Kim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2020, 정은문고)... 디아스포라나 이산가족의 문제는 주로 우리 민족과 관련된 것인 줄 알고 있었는데, 한 일본인 사진작가가 북한에 살아있는 일본인 여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을 출간했고, 이를 늘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책들을 만들어 온 정은문고에서 번역, 출판했다. 1959년부터 1984년 사이에 진행된 재일 조선인 귀국사업으로 약 9만 3,000명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갔는데, 이들 중에는 조선인 남편을 따라 바다를 건넌 1.830명의 일본인 여성이 있었다. 저자는 2013년 이후 다양한 경로로 열한 번의 북한 방문을 통해서 살아남아 있는 그들 가운데 아홉 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삶의 궤적을 꼼꼼히 기록했다. 시대가 시대였으니 만큼 그들 하나하나의 사연이 기구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심지어는 2차 대전이 끝나고 가족과 헤어져 북한에 홀로 남게 된 잔류 일본 여성도 포함되어 있다. 각자 나름대로 북한에서 일가를 이루어 이제는 거의 80줄에 들어선 여성들의 인터뷰는 진솔하게 가슴에 와 닿는 절절한 개인사다. 이번 취재의 소회를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노동자로 공장이나 농장에서 일한 남편을 가진 여성이 있는가 하면, 연구자와 의사 등 전문가로 일한 남편을 가진 여성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그 사람 하나하나의 인생은 평등하고 둘도 없는 것임을 취재를 통해 강하게 느꼈다.” 결국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라는 것도 이런 개개인의 개인사가 모여 만들어지는 게 아닐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작가인 저자가 인터뷰 사이사이에 끼워 넣은 여성들의 자료사진과 최근의 북한 사회를 찍은 컬러 사진들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발사, 평창 동계 올림픽, 북미 대화, 남북 정상의 만남 등 지난 몇 년,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긴박했던 상황들도 인터뷰의 배경으로 촘촘하게 등장하여 현장감 있게 책을 읽어갈 수 있었다. 마치 우리의 이산가족들처럼, 이제는 한 분 씩 세상을 떠나는 그들이 가능하면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모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좋겠다. 아울러 저자의 관심이 시종 혼란스러웠던 역사의 뒤안길에서 살아남은 일본인의 기억과 흔적을 찾아서 기록하는 것인 것처럼, 동북아 각 지역에 흩어진 한민족의 생존과 기억에 관한 기록들도 더 많이 발굴되어 출간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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