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기앞의 생... 작년에 연극으로 본 이 영화를 보게된 건 순전히 이 여배우 때문이다. 오래된 명화 '해바라기'를 본 사람이라면 서글서글하지만 우수를 품은 듯한 그녀의 눈매와, 활짝 웃을 때 그녀의 시원스런 입매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에밀 아자르 원작 소설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다시 만든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매춘부 출신의 어느 유태인 할머니와 그녀가 돌보는 10대 흑인 소년의 갈등과 우정을 다루고 있다. 연극으로도 나쁘진 않았지만, 제 나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통해 작품의 의도가 훨씬 더 분명히 와 닿았다. 힘겨운 한 생애를 살아내고 이제는 서서히 소멸해가는 할머니와, 온갖 상처와 방황 속에서도 돌고돌아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년의 성장기는 요란하지 않지만 잔잔한 감동을 던져준다. 그렇게 기성세대는 소멸해가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은 이제 정직하게 자기 앞의 생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