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껍데기인가요?
고기를 그다지 즐겨먹지 않는다. 차라리 가성비 좋은 면 요리에 한 표 던지고 싶다. 고기보다는 면 요리라는 거지, 고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맛있는 고기를 좋아할 뿐이다. 그러나 껍데기는 예외이다. 식감이 취향에 안 맞을 뿐더러 표면에 난 털이 싫다. 어쨌든 껍데기는 고기의 부위에 속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아웃사이더(outsider)' 인 셈이다.
공동체에 '아웃사이더(outsider)'에 속한 사람으로서 마냥 좋아하지 않는 껍데기의 기분을 이해해보려한다. 어느 집단에 확실하게 속한 것도 아닌 애매한 경계를 말이다. 껍데기도 마찬가지이다. 고기를 이루는 껍질이지만, 고기의 부위로 인정하지 않는다. 껍데기는 껍데기일뿐이다. 껍데기의 삶이란, 참 서글프다.
현실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학생 10명 중 3명은 이성을 바라볼때 가장 중점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외모(36%)를 꼽았으며, (출처 : 알바천국) 구직자 87%는 외모가 채용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파이넨셜 뉴스) 첫인상은 55%의 시각적인 요소와 35%의 청각적인 요소, 그리고 7%의 언어적인 요소로 결정된다고 한다. (출처 : 첫인상 5초의 법칙) 그만큼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을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 또한 외모평가 중이었다. 껍데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표면에 난 털 때문이었으니까.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호감형 얼굴이 아니었던거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외모보다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더 끌린다. 그러던 중 친구와 이성을 보는 기준을 10가지로 정리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분별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껍데기보다 알맹이 위주로.
그에 비해서 동성을 바라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이다. 재밌는 사람이 좋다. 내가 재미있는 편이 아니어서 같이 있는 사람이라도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동성 친구들은 어떤 기준으로던 같이 있으면 재밌는 애들이다. 껍데기는 가라.
새로운 시선으로 껍데기를 바라보자. 알맹이를 둘러싼 껍데기는 다양하다. 달걀껍데기, 택배박스, 베게 커버, 거북이 등딱지, 스타벅스 텀블러? 정리하다보니 껍데기를 바라볼 때 편협한 시선으로만 이야기했던 것 같다. 튼튼한 껍데기, 유연한 껍데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
타인이 바라보았을 때 나는 어떤 껍데기일까?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닌 나의 전부를 바라보았을 때 말이다. 툭하면 깨지는 달걀 껍질 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편안한 베게 커버 같은 존재였을까. 이번 글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껍데기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다보니 길어졌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 말하는 것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쓰고자,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학창시절 때 못다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아직은 서툰 사회초년생으로서, 한 발자국씩 내딛을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