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을 준비 중입니다

그녀는 육십 평생 남편한테

무시당하며 맞고 살았다

그래서 이혼을 하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나가 죽으라고 소리치고

자식들도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는커녕

남 보기 부끄럽다고 했다

가족 중에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인생을 헛 산 것 같다며

아이들을 얼마나 끔찍이 여기며 키웠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탄식했다

엄마가 부끄럽다니

요즘에는 자살 충동이 일어서 큰일이 다며

정말 살고 싶지가 않다고 했다

그녀는 말하는 내내 울분을 토해내듯

하염없이 펑펑 울었다

한이 깊게 서린 눈물이었다


한 수의 말)


한(恨)의 저편에서


육십 년을 넘게 살아온 그녀의 삶은

말해지지 못한 울음이었다

방 안 어딘가에 숨겨두었던

파르르 떨리는 손등처럼

그녀는 언제나 제 목소리를 삼켜야 했다

무시당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고

맞아도 소리 내 울지 않는 법을

몸으로 익혀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 살고자

이혼을 말했을 때 남편은

“나가 죽어”라 말했다

그 말은 칼처럼 날아와 평생 움켜쥐고 있던

가슴속 마지막 희미한 온기까지 산산이 찢어냈다

하물며 자식들마저 그녀의 손을 잡기는커녕

그녀의 등 뒤를 보며 말했다

“엄마가 부끄럽다.”라고


그 한마디는 평생 품에 안아 키운 자식들

그들의 잠을 지켜보며 날마다 마음을 다해

사랑을 건넸던 자식들이

가장 먼저 돌이켜져야 할 순간에 그녀마저 버렸다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걸까.”하고

이제는 “살고 싶지가 않다”며

그 말은 주름진 두 손 위로 떨어지는 비수 같았다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눈물은 오늘의 슬픔이 아니라

평생을 꾹 눌러온 그녀가 견뎌낸 시간

버리지 못한 사랑

끝끝내 지키려던 삶이 남긴

마지막 뜨거운 흔적이었다

서러움의 한을 터뜨리듯 한의 눈물이었다

견뎌온 세월의 무게였다


그러나 그녀가 몰랐던 진실이 있다

그렇게 살아낸 삶은

헛된 삶이 아니었다는 것

세상 누구보다 강한 마음으로 버텨온

존엄한 생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그녀의 걸음은

늦은 걸음이 아니라

처음으로 나를 향해 내딛는 걸음이라는 것


황혼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자신의 이름을 찾는 시간의 시작이다

그녀가 흘린 눈물 위에

새로운 빛이 가만히 내려앉는다

지금껏 한 번도 그녀를 위한 빛이 아니었던

따뜻하고 오래 기다린 첫새벽처럼 말이다


그녀의 황혼은

지금 비록 상처투성이의 어둠이지만

그 깊은 어둠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그녀의 생이 있다

오랜 세월 꾹꾹 눌렸다가

이제야 비로소 고개를 드는

‘나도 내 삶을 살아 보고 싶다’는 마지막 외침이다


그 한가운데

그녀의 오래된 한이

조용히 숨을 고르며

새로운 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살리고 싶어 하고 있다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매일의 태도> 저자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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