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비는 왜 늘 실패할까

by 비하인드 예린

‘이번엔 꼭 제대로 사야지.’

마음 단단히 먹고 장바구니에 담았던 물건이 막상 도착하면, 생각보다 금세 후회가 밀려옵니다. 색감이 어울리지 않는다든지, 실제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든지. 심지어는 ‘왜 이걸 샀을까’ 싶어 비닐조차 뜯지 못한 채 구석에 쌓아두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경험은 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위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도 그래.” 소비의 실패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일상일지도 모릅니다.


순간의 감정에 흔들리는 소비


기획자는 데이터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막상 내 소비 앞에서는 감정이 먼저입니다. 지친 하루 끝에 충동적으로 주문한 배달음식, SNS에서 본 ‘예쁘다’는 댓글 몇 줄에 마음이 동한 옷, 할인 마감 시간을 보며 다급히 결제한 기기.

이런 소비는 ‘지금 당장 나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건 카드 명세서의 숫자뿐이죠.


필요와 욕망을 구분하지 못할 때


기획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개인의 소비에서는 그 경계가 흐려집니다.

예를 들어, ‘새 노트북이 필요하다’는 말속에는 사실 ‘더 빠르고 멋진 노트북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기획자로서는 냉정하게 분석하면서도, 개인으로서는 늘 합리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실패한 소비가 남기는 것


흥미로운 건, 실패한 소비도 기록해 보면 배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어느 날 저는 ‘구매 후 후회 리스트’를 따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공통된 패턴이 보이더군요. 피곤할 때, 급할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할 때 지갑이 쉽게 열린다는 사실. 실패의 원인을 기획자의 눈으로 분석해 보니, 다음번 소비에서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기획자처럼 소비하기


기획은 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소비는 내 삶에 어떤 가치를 줄까?”

“한 달 뒤에도 여전히 만족할까?”

“없어도 괜찮다면, 정말 필요한 걸까?”

이 질문들을 소비의 순간에 던져보면, 신기하게도 많은 지출이 거품처럼 사라집니다. 기획자가 브랜드를 설계하듯, 나의 소비도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며


소비의 실패는 어쩌면 완벽히 피할 수 없는 경험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입니다.


기획자의 생활노트에 소비를 기록하듯, 나의 선택을 되돌아보는 습관. 그것이 결국 더 현명한 소비자, 그리고 더 나은 기획자로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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