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Patient

by GZ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시선이. 늘 타인의 시선에 당당하고 담대하게 마주하라고 하였는데 정작 타인의 시선에 둘러싸이게 되는 상황이 오면 나도 모르게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나의 기대와 다른 시선을 마주한 시간의 촉감에 둘러싸여 며칠을 앓았다. 적지 않게 타인의 시선 앞에 섰는데도 기대와는 다른 시선에는 왜 이토록 익숙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번번이 시선 앞에 상처받는 나를 보면서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착각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조금 더 유연해지면 좋으련만 조금 더 넉넉해지면 좋으련만 나는 어째 그게 잘 안된다. 타자가 보내는 굴곡진 시선의 원인을 내가 제공한 것 같아서 그런 시선을 감지할 때면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 지게 되곤 했다. 머리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런 불편함 속에는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이 있었다. 준비가 부족했다, 완벽하지 않았다, 나태했다 같은 단어들이 내 속에 새겨지면 형언할 수 없는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당시로서는 최선이었으나 지나고 보면 최선이 아닐 어떤 일을 세상에 내보여야 할 때 나는 절망하며 나아갔다. 결과를 이미 아는데도 불구하고 다음을 위해 마주해 나가야 할 일들 앞에서 인생이 버겁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내가 너무도 약하고 여린 존재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을 알면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다음을 기약하면 되는데 아무리 연습해도 어쩐지 그게 잘 안된다. 또 그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다음까지가 길게만 느껴지니 인내가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속을 차근차근 긁게 된다. 사실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이 내게서 기대한 것 또한 완벽함은 아닐 텐데도 어쩐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며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한두 해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마주해 나가야 할 일들일 텐데 아직은 방책을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맨몸으로 부딪혀 마주해 가는 것밖에 다른 수는 없는 걸까. 조금 덜 아픈 방법은 없는 걸까. 남들은 패배를 알고도 마주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을 대체 어떻게 넘어서 나가고 있는 걸까. 그럴 때마다 떠올린다. Be patient.

그래,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모든 시련을 마주해 오며 알게 된 인생의 깨우침은 그랬다. 초조해하고 애태우고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해 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처음은 늘 어렵고 힘들었고 중간은 때때로 혼란이 일었으며 끝은 아쉬움이 남았다. 편안했던 순간은 처음이 중간으로 들어서는 지점이었고 중간이 끝을 향해가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견뎌낸 시간이 끝에 이르면 안도와 후련함의 한숨이 나왔었다. 시간은 멎지 않고 흐를 것이며 그 시간을 타고 나는 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마음이 시릴 때는 생각을 덜고 몸을 가볍게 하여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시간이 내게 남긴 교훈이다.

Young Hare_Albrecht Dürer_1502.jpg Young Hare – Albrecht Dürer_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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