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상대적이다

by GZ

조카들과 함께 절에 갔다가 과자 두 봉지를 받았다. 둘째가 법당을 신기해하는 것이 귀여웠던 지 처음 본 사람이 귀한 과자라며 내 손에 들려준 것이다. 아이들에게 주라는 말만 듣고 과자를 받들고 살펴보니 봉지에 매운맛을 알려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괜찮을까 하고 있는데 아이를 안고 있던 할머니가 과자를 입에 넣는다. 맵다. 할머니 입에서 탄식 같은 말이 나온다. 혀를 내밀며 맵다고 하는 할머니 모습이 재미있는지 첫째가 과자 하나를 집어 든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달달한 과자로 응급처치를 하는데도 매운 기운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혀를 내밀었다가 넣었기를 반복하더니 그도 소용이 없는지 볼에 바람을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하며 부산을 떨어댄다. 매운 과자라 적혀 있으니 매운 게 당연한 것을 왜 매울까 하고 생각한다. 형과 할머니가 맵다고 하니 동생은 과자를 들 엄두도 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매운맛이 끌리기는 하는 모양인지 과자 봉지에 둔 시선은 차마 거두지 못한다.

그렇게 매운가 하고 과자 봉지에 손을 넣는다. 과자를 입에 넣고 끝을 베어 물어본다. 의아한 눈으로 아이와 할머니를 쳐다본다. 두 사람의 눈에 왜 하는 질문이 들어 있다. 안 매운데 라는 내 말에 둘은 동시에 아니라며 소리를 친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과자 하나를 더 입에 넣는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 입에는 맵지가 않다.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맵다고 하니 그걸 납득하기 위해서는 맵다는 통각이 내게 닿아야 하는데 몇 개를 먹어도 모르겠는지 내 입은 맵다는 말을 뱉어내지 않는다. 괜찮다는 내 말에 용기를 낸 둘째가 과자 하나를 든다. 그게 왜 긴장할 일인지 모른 채 우리는 숨죽여 둘째의 입에 들어가는 과자를 지켜본다. 내가 침을 삼키고 할머니가 고개를 젓고 첫째가 너 이제 큰일 났다는 눈으로 둘째를 응시한다. 둘째가 고개를 갸웃한다. 괜찮냐는 첫째의 눈길에 둘째는 과자 하나를 더 입에 넣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두 사람에게는 맵고 두 사람에게는 맵지 않다. 맛을 느끼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니 같은 음식이라도 다른 맛이 될 수 있겠다 한다. 그러면서 제 입에 맞는 과자를 먹으면 그만인 것을 매움을 증명하는 게 그 순간 나에게는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다가 왜 아이들에게 그렇게 매운 과자를 주었는가 하는 의문을 해결하고 싶었음을 알아챈다. 아이들이 귀여워 못 견디겠다는 눈으로 낯선 이가 건넨 과자가 아이를 울게 할 정도로 매운 과자였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여 나도 모르게 맵다며 물을 찾는 할머니와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아이를 보며 대체 왜 이 과자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느꼈던 것 같다.

맛은 상대적이다. 나에게는 맵지 않은 것이 누군가에는 입도 대지 못할 정도로 매운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녀가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고자 했던 그 순간 그녀에게 중요했던 것은 그게 어떤 과자인지 하는 것이 아니라 쉬이 구하기 힘든 귀한 맛있는 과자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들의 해맑음이 아무래도 너무 좋아 뭐라도 주고 싶은 귀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건네고 싶은 마음 그거면 충분한 것을. 나는 어찌하여 맛을 따지는 것으로 과자를 건넸던 그 손을 무안하게 하였을까. 내 조카들을 보며 그 또래의 손자 손녀를 떠올렸을 그 마음을 무색하게 하였을까. 그녀가 준 과자는 결국 내 입을 지나 내 뱃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화창해진 날을 맞아 나풀거리며 숲으로 나온 나비들의 춤사위가 되어 아이들 가슴에 내려앉았다.

Vincent van Gogh_Butterflies and Poppies.jpg

Vincent van Gogh_Butterflies and Poppies

keyword
팔로워 12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밑그림을 너는 색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