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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Z Oct 01. 2023

인생은 아름답다

  질퍽하고 질척했다. 예상과 다른 그 느낌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방금까지 살아 산을 누비고 다녔을 녀석의 죽음을 왜 외면하지 못했을까. 계단 가운데 놓여 있으나 계단 가장자리에 놓여 있으나 죽음이 죽음인 것은 다르지 않을 텐데 무슨 연유로 내려간 계단을 다시 올라와 죽은 개구리를 한쪽으로 옮겨두고 그 위에 낙엽을 덮어두었던 것일까. 

  그저 그래야 할 것 같았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계단 중앙에 놓인 개구리의 죽음이 어쩐지 서글프고 서럽게 느껴져 바닥에 눌려 붙어 있는 개구리를 매장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따라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그날 오후, 나는 나뭇가지를 들고 손을 바들거리며 개구리의 죽음을 한쪽으로 걷어 냈다. 그런 다음 그 위에 낙엽을 덮어 두었다. 언젠가 법당 안에 들어와 생의 마지막을 맞은 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둔 것처럼 말이다. 

  내 손으로 직접 매장한 두 번째 죽음에서 등을 돌려 서며 생각했다. 왜 그토록 공들여 죽음을 매만졌을까 하고. 아마 죽음이 살아 있던 무엇의 목숨이 다한 것이 아닌 흔해져 버린 무엇이 되어가는 것이 서글펐던 마음이 머리를 앞질러 몸을 움직여 버렸던 것 같았다. 언젠가 나의 죽음도 그렇게 되어 버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서러워졌던 것도 같다. 그래서 그렇게 죽음을 걷어 냄으로써 개구리가 그리고 새가 살아있었음을 짧은 순간이나마 기억해 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에게도 이를 그 끝이 나의 생을 기억해 줄 누군가의 손에서 말끔히 걷어내 지기를 바라며 말이다. 

  흉하고 추한 것. 죽음은 아름다움의 반대편에 놓여 있다. 아무리 치졸하고 남루하다 하여도 살아있음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한다. 목숨을 가진 이들은 생이 빚어내는 빛의 자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산 자들의 비루한 짓은 추악한 것은 될 수 있어도 추한 것으로는 수렴되지 못한다. 

  그 오후 서러운 통곡 같은 빗소리에 둘러싸여 개구리의 죽음을 마주한 순간 내가 마주한 것은 서글픔이었다. 아름다움을 다하고 추함으로 돌아간 생이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었다. 그게 나도 모르게 가슴을 아리게 했다. 저며오는 가슴을 문지르며 생각했다. 부족하고 남루하지만 소박한 빛을 발하고 있는 내 생의 찬란함이 눈물이 되어 내 눈에 서려 있다고. 

  빗소리에 둘러싸여 사는 거 참 버겁다, 살아내는 일 참 힘겹다 하면서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들을 보았다. 울며불며 더는 못 하겠다 소리치면서도 모두 힘겹게 발을 옮기고 있었다. 무릎에 멍이 들고 손이 까지고 마음이 헐어버려 숨 쉴 기력도 없는 것 같은데도 애써 힘을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그게 곧 생을 인생으로 만드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막힘 없이 달려 나가고 누군가는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걷는 듯 달리는 듯 보인다. 저 멀리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는 이를 보자면 내 인생에만 장애물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하게 된다. 내게 주어진 인생길이 그리고 내가 만들어갈 생의 여정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다면 상대적 박탈감이 덜할 수 있을까. 넘어졌을 때의 충격이 덜할 수 있을까. 

  인생은 불합리하고 부조리하다. 억울해서 복장이 터질 것 같은 때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인생이 차갑고 싸늘하지만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넘어진다는 것, 막힘없이 달리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수없이 넘어져 왔다는 것, 그리하여 나의 실패와 방황이 나만의 아픔이 아님을 알고 있다는 나를 향한 따뜻한 눈 때문이 아닐까. 그 따스한 시선이 누구나 생의 축복과 함께 죽음의 공포를 동시에 끌어안고 난 우리네 인생을 긍정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는 것은 아닐까. 그게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René Magritte_The Musings of the Solitary Walker_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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