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 사이에 핀 꽃을 보고 앉았다. 웅크려 앉지 않으면 스쳐지나 버릴 작고 여린 꽃에서 너를 마주한다. 흔들리는 꽃잎이 네 목소리를 전해온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를 매만지듯 꽃을 향해 손을 뻗는다. 바람이 손등을 매만진다. 바람의 손길에서 너의 미소를 마주한다. 네가 건강하기를, 네가 너로 있을 수 있기를, 네가 온기로 둘러싸여 있기를. 너를 향한 마음과 함께 눈앞의 하얀 꽃을 가슴에 그려 넣는다.
돌 사이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이 꽃의 이름은 털별꽃아재비다. 꽃말은 ‘불굴의 정신’이다. 나를 멈춰 서게 한 이 작은 꽃에 네가 담겨 있다. 결정까지는 신중하지만 정한 일은 끝내 해내고 마는, 확신을 가진 일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네가 꽃잎이라는 손을 내밀고 있다. 이슬로 둘러싸인 꽃에서 어디에 있건 내가 지켜주고 있다는 속삭임을 듣는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달무리가 되어 나를 감싸 안는다. 노란 달에 잠겨 네 눈을 마주 보듯 꽃을 쳐다보며 말한다.
이 꽃은 지상의 별이야. 네가 어둠에 잠긴 이들의 마음에 남긴 빛의 시야. 네가 남긴 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온기를 퍼뜨리고 있어. 여리지만 강한 빛이 너와 닿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담겨 있어. 그 빛을 등불 삼아 앞을 마주해 가는 사람들이 있어. 미약하지만 강한 불빛들이 번지고 번져 어둠을 뒤로 물리고 있어. 이번에는 그들의 온기가 너를 안아 일으켜 줄 거야. 별빛을 모아 너를 감싸 안아줄 달무리를 만들어 줄 거야. 그리고 나는 네 두 눈에 달과 별을 안겨줄 거야. 네가 그랬듯. 네가 준 달무리에 안겨 너를 위한 빛을 만들어 보내주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여기서 쓰러져서는 안 돼. 빛이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