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도착해야 하는 시간에 일어나 버렸다. 부랴부랴 씻고 준비하는 과정에도 잡 글이 계속 떠오른다. 매 출근 전 엔 오늘처럼 지각이 아니어도 어차피 항상 바쁘고, 뇌가 계속 뱉어내는 생각들을 감당하기엔 잠도 덜 깬 무방비 상태라 기록할 여력이 없는데도 평소와는 다른 썩 괜찮은 글들이 이럴 땐 술술 쏟아진다. 물론 지금처럼 이렇게 여유있는 시간에 아까 떠올랐던 글들을 각잡고 다시 적어보려고 하면 당연히 이미 휘발되고 없거나 흔적이 남아있다 해도 어느새 바래져있다.
안읽던 책을 읽고 안쓰던 글을 쓰고 내가 쓴 그 글을 또 읽고(수정 목적..) 이렇게 생전 안하던 짓을 하다보니 그게 좀 타격감이 컸는지 갑자기 생각하는 것도 글투로 하게 된다. 지랄도 염병.
그나저나 brainstorm(영감, 묘안)이란 단어는 누가 만들었는지 찰떡이네. 정말 폭풍같이 몰아침.
오늘 결국 한 시간 늦음.
무소유.
2년 전 이사 선물로 엄마가 책을 주고 갔다(맹히씨는 내가 난독증이란 걸 아직도 모른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물욕이 많아 뭐든지 너무 지나치게 많이 소유한 나에게 [무소유]를 줬다는게 킬링포인트. 세상에 [무소유]가 꽂혀 있어서는 안 될 단 한 곳의 장소가 있다면 그건 우리집일만큼 이질적이고 내가 갖고 있다는 자체가 넌센스. 당연히 아직 안읽음.
아까의 '뇌 폭풍'타임에 맹히씨의 [무소유]가 떠올라 검색했더니, 이제 [무소유]는 더 이상 출판되지 않는단다. 본인 책의 출간을 끝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열반에 드셨다고.
그 깊으신 뜻을 내가 헤아릴 순 없겠지만, 맹히씨가 준 이 책의 희소성에 문득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도 몰랐던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니. 절판된 희귀템 [무소유]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니!! 존나 멋져!!!
자식의 인생은 언제나 부모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 이 깨달음을 주시려던 걸까요 스님..?
보일러.
7월은 참 정신없이 지나갔다. 개인적으로는 5년의 연을 끊어냈다. 외부적으로는, 가맹점주로서 본사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나를 설득시키지 못하도록 설득시켜야 하는 좆같은 상황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했다(3:1 공격은 너무했다). 그 와중에 물류차로부터 입구 외부에 사고 피해를 입어 그것도 처리해야 했고, 4달에 한 번 날을 잡아 작업하는 재고조사도 하필 7월.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 작년 말의 사건도 아직 해결이 다 안됐고.
집에서는 변기에 연결된 수도가 갑자기 터지더니, 에어컨에서도 물이 쏟아져 물난리가 났었다. 월세 세입자 주제에 집에 고양이가 19마리나 있는 걸 들키면 무조건 쫓겨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관리실에 수리 요청도 못하고 철물점에서 부품사다가 혼자 연장들고 고쳤다. 다행히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고장이기에 가능했던 일지만, 이 때만큼은 그 '5년의 연'이 솔직히 조금 아쉽더라.
그러다 이젠 또 보일러가 고장. 이쯤되니까 정말 화도 안나고 웃음만 났다. 보일러는 도저히 자가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일단 보류 중이라, 하는 수 없이 요즘 매일 찬 물로 씻는다. 해결 방법을 찾을 때 까지는 강제로 군부대 체험. 저혈압 때문에 갑작스런 체온 변화는 쇼크가 올 수 있으니까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천천히 끼얹는다. 그래도 살겠다고....
가을 전에 해결봐야 함. 그래도 한여름에 고장나서 다행이라며 정신건강을 위해 애써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