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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할게요,

손 끝으로 여는 작은 세상

by 임그린


만나서 목소리에 담긴 느낌을 듣고, 얼굴에 그려진 미소를 확인하고.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함을 나누고.

당신과 무언가를 나누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만나는 것.


만나기 힘든 상황일 경우라도 우리에겐 전화가 있다.

입가에 걸린 미소나 씽긋 대는 눈썹의 음률은 볼 수 없더라도,

음성의 울림으로 당신의 설렘이나 기쁨, 슬픔 정도는 느낄 수 있으니까.


속이 답답해서 눈물도 차마 나오지 않을 때,

세상사 지친 하루를 돌려보내고 나서,

서로 위로가 필요할 때면 당신을 만나거나 통화를 한다.


좋은 일을 공유하고 힘든 일을 나누면, 딱히 어떤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괜찮다.

그대도 나도 원하는 건, 해결방안이 아니니.

그저 이토록 험한 세상 바람 한가운데서 쓰러지지 않고 걷는 우리네 청춘을 서로 알아봐 주는 것.

그래서 그대도 나도, 장하구나 한 번 안아주는 것.

그래 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로의 방법은 편지를 쓰는 거다.

글로 주고받는 그대와 나의 이야기.


사실 글에는 여러 함정이 존재한다.

만나서 전하는 마음은, 말투가 사납게 나가더라도 표정에 담긴 따뜻함으로 오해가 적은 반면.

글로는, 부드럽게 적어보아도 음성지원이 되지 않다 보니 의도한 대로 감정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에.


그게 바로,

내가 글로 당신을 위로하는 걸 택하는 이유이다.

손으로 직접 종이에 한 글자씩 적어내려 가는 손편지를 택하는 이유이다.

자판으로 드드드 두드리다가 버튼 하나로 주르륵 지워버릴 수 있는 이메일도 아니고,

연필이나 펜으로 삐뚤거리는 글자 그대로 당신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것.


그래야,

한 단어를 쓰면서도 여러 번 생각하고.

한 문장을 쓰면서도 다음 문장까지를 생각하고.

혹여나 앞에 쓴 단어와 문장 안에 당신을 위하는 나의 마음이 서툴게 표현됐을까 봐

채워지는 편지지를 보며 다시 읽고 고민하고.

한동안 멍하게 펜 끝만 바라보고.

온전히 몇 장의 편지지가 채워질 때까지, 온전히 당신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진심 어린 위로를 손편지로 전하는 걸 좋아한다.

그 마음은 대체로 잘 전달이 된다.

보통의 경우 당신에게

감동했어, 고마워

말을 듣고 나면, 마음 한가득 퍼지는 따스함으로 나 역시 위로를 받는다.

편지를 쓰는 동안 고민했던 그 시간을, 그 진심을 당신이 알아주는 게 행복해서.


그렇게 서로의 진심을 주고받고 나면,

또 한 번의 힘들고 슬픈 고비를 넘길 힘을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다시 또 편지를 쓴다.


편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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