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CEO
몇 달 전, 남편에게 한 통의 DM이 도착했다. 캘리포니아 요바린다(Yorba Linda) 상공회의소 재단에서 운영하는 ‘Future CEO’라는 프로그램 소개 영상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6세부터 12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워크숍을 진행하고, 수료 후에는 매년 두 번 직접 기획한 제품을 프리마켓에서 판매할 기회를 제공한다.
작년 초,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 데이브 램지의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재정 전문가인 데이브 램지와 그의 딸 레이첼 크루즈가 함께 쓴 이 책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특히, “아이에게 경제 교육은 어려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책에서 배운 대로 아이를 가르쳐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빈 김치통 세 개를 준비하고, 각각 ‘소비’, ‘저축’, ‘기부’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아이의 나이에 맞게 집안일 목록을 작성했다. 예를 들면, 양말과 수건 개기, 책상 정리, 장난감 정리, 침구 정리, 신발 정리 등이다. 이 중 하나를 하면 1달러를 주었고, 아이는 받은 돈을 원하는 김치통에 넣었다.
이렇게 1년이 지나면서 아이는 꽤 많은 돈을 모았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모은 것만이 성과는 아니었다. 아이는 충동적으로 장난감을 사지 않게 되었고, 소비를 절제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돈을 관리하는 법을 익혀 가고 있었다.
이런 변화를 경험한 것은 우리 아이만이 아니었다. 남편과 나에게도 작년 한 해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경제 교육을 시작할 즈음, 우리 부부도 미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남편은 목사이자 선교사였고, 나는 음악인이었기에 주로 사례비와 레슨비로 생활해 왔다. 하지만 미국으로 다시 이주하면서 우리도 직접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다행히 좋은 비즈니스를 인계받게 되었고, 우리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사회 경험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돈을 관리하는 능력과 경제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받지 않았고, 스스로 배워야겠다는 의지도 부족했다. 덕분에 늘 자족하며 살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과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비즈니스를 시작한 후, 나는 도서관에서 경제 및 마케팅 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돈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변했다. 그때 다시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를 읽게 되었고, 아이에게는 나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돈을 알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인내하고, 현재의 만족을 유예할 줄 알며, 나눔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아이의 나이는 겨우 5살이었지만, 다행히도 놀라울 정도로 잘 따라주었다. 마트에 가도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지 않았고, 내가 빨래를 갤 때면 옆에 와서 양말을 짝 맞추고 수건을 개기 시작했다. 그리고 1달러씩 받아 소중하게 김치통에 넣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나는 다시 한번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를 읽고, 이번에는 아이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그림책에서 한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공원에서 판매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아이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팔거나, 자동차 세차를 하며 용돈을 버는 장면을 종종 봤다.
“여기는 미국이니까 우리도 한번 해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고, 너무 이상적인 꿈처럼 느껴졌다. 결국, 포기하려던 찰나, 남편이 DM으로 보낸 Future CEO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이건 반드시 해야겠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등록했다. 프로그램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읽어보니, 오히려 내가 먼저 배워야 할 내용이 많았다. 아이들이 이런 경제 용어와 개념을 어릴 때부터 익힌다면, 성인이 되었을 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싶었다.
브랜드 이름과 제품을 정하고, 비즈니스 용어와 기초 지식에 관해서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아이는 잘 이해를 못 하는 눈치이지만 나보다 더 큰 열정을 가지고 배우려고 부단하게 노력한다. 그 아이를 보고 있자면 내가 더 열심히 준비하고 배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