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by 해와달

아픈 마음이 너무 쓰라려서

잠을 깊게 못이루고 새벽에 깨어나게 되서, 나도 모르게 갑자기 엉엉 울어.

그래, 마음 가는대로 마음껏 울어.


그리고 울음이 잦아들면

널 위한 요리를 하는거야.

저번부터 먹고 싶었던 방울토마토를 기름 올린 후라이팬에 볶아.

너가 좋아하는 계란 후라이도 하나 하자.

그리고 어제 퇴근하다가 허름하지만 정감있는 빵집에서 산 브리오슈 빵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그리고 엄마가 사준 분홍색 접시에 요리한 음식들을 차례로 놓는거야.

기념 사진을 하나 찍고,

요즘 네가 보고 있는 드라마를 틀어.


웃긴게 나오면 웃어.


배가 또 고프면 라면을 또 끓여서 먹어도 돼.

나머지 국물을 먹겠다며 아직도 뜨거운 냄비를 집게손으로 들고오다가 이불에 엎어버려도 괜찮아.

이불이야 빨면 되고, 손은 씻으면 되잖아.

물론, 아까 그 접시가 그 냄비 때문에 깨져버린건 안타까운 일이야. 네가 아끼던 건데 말야.

그래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후라 다행이다. 그게 이 접시의 마지막 요리일줄은 몰랐지.


라면 국물이 튄 이불을 대충 행궈서 세탁기에 낑낑대며 넣고,

예전에 질려서 처박아두었던 이불을 다시 꺼내와서 바닥에 휘적휘적 깔아.

꼭 정맞게 바닥에 맞춰 깔지 않아도 돼. 누울수만 있음 되지 뭐.


그리고 보던 드라마를 계속 봐.

보다가,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난다면 그 책을 책장에서 꺼내서 다시 봐도 좋아.

보던 드라마는 잠깐 멈추면 되지 뭐.


그리고 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영화를 봐.

못 다 잔 잠을 다시 자고 싶으면 전기장판으로 데워진 이불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편하게 자면 돼.


얼굴이 부을까봐 걱정이라고?

부으면 또 어때.


항상 최상일순 없잖아.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림을 그려.

그리고 싶지 않다면 그리지 않아도 돼.


그렇게 하루를 보내.

그렇게 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실수를 하고, 자책도 하고, 잠 못이뤄 울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냥 하루를 보내.

그게 사는거야.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거야.


그렇게 하루가 가는거야.

죽는것보단 나아.

인생을 끝내고 싶을때에


그냥 시덥지않은 일들을 해.


그런데, 너를 위해 하는 일이었음 좋겠어.

너를 귀하게 여기고, 너를 소중히 여기는 일이었음 좋겠어.


너를 아프게 하지 않는 선택들이면 좋겠어.

억지로 하는 선택들이 아니면 좋겠어.

너를 사랑하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하다가,

너무나 시시한 일들을 맘껏 하다가,

나는 너에게 주어진 시간대로 살아가 눈을 감았음 좋겠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하루는 너를 위한 정성스런 요리를 하고,

하루는 너의 몸을 위해 해가 다 지도록 잠을 자고,

하루는 뜨거운 물을 온몸으로 받으며 노곤해졌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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