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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과 가스라이팅의 경계,  
그 선을 알아야 한다

멘토링의 한계를 알아야 서로 편하다

20여 년간 만여 명의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멘토링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멘토링 전에 멘토링의 한계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 멘토링이 자칫 잘못하면 가스라이팅이 될 수 있다는 것, 멘토로서 가지는 잘못된 기대가 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제일 중요한 건, 멘토링을 하기 전에 멘토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멘토가 아무리 유능하고 출중한 사람이어도, 멘토링만으로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멘티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변화하려고 하고 성장하려고 해야 결실을 보는 것이지, 아무리 최고의 멘토링이어도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순간적인 동기부여만 될 뿐, 결국은 무용지물이다. 혹자는 멘토가 더 실력이 있고 더 유명하고 더 카리스마 있으면 멘티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지전능한 하나님께서도 성경을 통해 또는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주시지만 결국 실천하고 안 하고는 우리 인간의 자유의지의 영역으로 남겨두시지 않는가. 멘티가 변화하느냐 안 하느냐는 신마저도 남겨두는 고유의 영역인데, 똑같은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고 교만이라 생각한다.


만약, '자신이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한 믿음을 가지면 또 다른 문제들이 생긴다. 예를 들어, 멘티가 잘되면 자기 덕분이라는 오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그 확신은 더 짙어져 그를 더 통제하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들까지도 그 방식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반대로 타인이 자기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실망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서운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든 저러든 멘토는 멘티에게 신뢰를 잃고 지속적인 관계가 어려워진다.


건강한 멘토링을 하기 위해, 멘토들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상대를 애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조언하되 그의 앞으로의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신께 맡겨야 한다. 멘토링 이후부터는 그저 기도해 줄 뿐이다. 그게 멘토도 멘티도 서로 부담 없다. 그 관계가 건강하다. 만약, 상대를 애정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멘토링이었는데 어느 순간 화가 난다면 멈춰서 생각해 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그를 바꿀 수 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고, 나 혼자서 상대방에게 지나친 기대를 했을 수 있으며, 또는 나 자체가 내면의 불안이 높아 상대방을 통제하는 것으로 그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하진 않았는지 등 각자마다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멘토링의 한계를 알고 진행하니, 상대방에게 잘못된 기대를 하지 않아서 관계가 편안하다. 상대방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과도한 책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좋다. 나의 영향력에 대해서 과대평가하지 않으니 내 마음이 겸손해지며 그저 내게 조언을 구하는 멘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나를 멘토로 불러주는 모든 동역자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모든 멘토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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