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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친다고 잘하지 않는다
그냥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리 양약이라도 무조건 좋아지지 않더라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

일주일에 3번은 수영을 운동삼아 하고 있다. 평영을 배우는 단계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있었다. 킥을 찬 뒤 다리를 모을 때 양 쪽 엄지발가락이 예쁘게 모아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그걸 고쳐보려고 자유수영도 다녀봤다. 기를 쓰며 엄지발가락끼리 모아보려고 노력했다. 생각만큼 잘 안되더라. 그때 당장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었는데, 그로부터 3개월쯤 지났을까? 그 문제가 자동적으로 고쳐졌다. 별다른 계기는 없었다. 그저 평영킥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혀져서 해결된 것 같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동작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강습 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부분은 크게 없더라. 가끔 잘못된 자세들에 대해서 교정해 주시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습은 의미가 있었던 것. 시간이 지나면서, 각 영법별로 동작이 몸에 익숙해지니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많았다. '선생님이 내 문제점을 매번 지적하시지 않고 그저 지켜보신 데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몸에 익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이 리더로서 성장해 왔던 것들을 돌아보아도 같은 이치가 적용된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20대는 아무것도 몰랐다. 일머리도 부족했고 됨됨이도 한참 모자랐고 사람에 대한 인사이트도 약했다. 20대 초반부터 리더를 하며 수백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만 명 정도의 대학생들을 겪으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선한 사람, 악한 사람, 순수한 사람, 교활한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을 겪어보며 사람한테도 끊임없이 데어도 보고, 마케팅, 영업, MD, 기획, 인사, 문화기획, 이벤트 등 프로젝트를 만들어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수백 회 도전해 보며 일머리가 저절로 키워졌다. 됨됨이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20대보다는 더 겸손해졌다고 본다.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거 보면 겸손함이 아직도 부족한 건가? 하하하.)


내게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가르침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리더가 다그친다고 해서, 피드백을 계속 준다고 해서, 더 많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해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다 그걸 소화할 수가 없다. 교육받은 내용을 적용해 보며 느껴보는 체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성장이 더딘 사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성장이 더딘 부분을, 자꾸 제도적으로 보완하려고 한다. 더 피드백하려고 하고, 더 잔소리하려고 하고, 더 교육을 만들려고 한다. 만약 정말 제도와 교육이 부실해서라면 상관없지만, 이미 충분한 상태라면, 기존에 가르쳐 준 내용을 체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새로운 걸 계속 가르치기보다는 배웠던 것을 반복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 이전에 배운 것도 소화가 안 됐는데 새로운 교육과 피드백이 들어가면 오히려 구성원들을 지치게 만들 있는 법이다. 


성장이 더뎌도 어쩌겠는가. 그의 때가 되어야 꽃이 피는 법. 조급하게 물을 준다고 해서 꽃이 빨리 피지 않는다. 오히려 뿌리를 썩힐 수도 있다. 적절한 햇빛과 바람, 공기, 습도가 있을 때, 그의 꽃이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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