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략기획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기획실 선배들은 서울대 출신들이 많았고 회사에서 손꼽히는 일잘러들이었다. 그분들의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회식 때마다 그분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회사를 이제 못 다니게 되면 뭐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 흔한 치킨집도 할 자신이 없다. 치킨도 튀길 줄 모르고, 이 나이에 손목이 멀쩡하지도 않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이야기들은 대개 비슷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 덕분에 회사를 취미로 다니는 사람들, 일찍 퇴사해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 그리고 사업으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특히 사업은 체력이 좋을 때,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도전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곤 했다.
나는 대학생 시절부터 사업을 하고 싶다는 비전을 품고 있었다. 선배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는 내 비전에 더 확신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선배들은 충분히 능력 있고 성실했음에도 퇴사 이후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회사에 오래 머무르는 것보다 나만의 길을 하루라도 빨리 개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때마침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이 식당 사업을 해보고 싶어 해 식당을 오픈했다. 나는 첫째를 출산한 뒤 복직하지 않고 조금의 미련도 없이 퇴사를 결정했다. 당시 내 나이 28살이었다. 퇴사가 확정되고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이 기억난다.
사장님은 자신의 대학 동기를 언급하며 말씀하셨다. "내 동기는 삼성전자에서 2년 근무하고 그만둔 뒤 중식당을 차렸어. 결혼도 일찍 해서 자녀들도 다 장성했고, 사업도 꽤 성공해서 부인과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있지. 그런데 나는 회사를 세우겠다는 열정과 헌신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임원이 된 지금도 매년 불안해. 퇴직 후에는 대안도 없고, 결혼도 늦게 해서 자녀가 아직 고등학생이야. 내가 회사에 쏟았던 에너지를 내 사업에 쏟았더라면 고생은 비슷했겠지만 미래는 훨씬 안정적이지 않았을까 싶어."
사장님은 어떤 길이든 안정권에 접어들려면 고생은 매한가지라며, 자기 길을 일찍 개척하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며 내 미래를 응원해 주셨다. 그 말씀에 마음이 따뜻해졌고, 진심 어린 격려에 감사했다.
퇴사 후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식당은 오픈 후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 실패가 끝은 아니었다. 2년 뒤 나는 마케팅 컨설팅과 대행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업체를 운영한 지 만 10년이 넘었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한 번도 퇴사를 후회한 적은 없다. 일찍 내린 결단 덕분에 두 아이를 내 손으로 양육할 수 있었고, 지금의 경제적 안정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이야기가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 가지는 꼭 전하고 싶다.
첫째, 자신이 추구하는 비전이 있다면 후회없이 도전해봐야 한다. 또한 도전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둘째, 회사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꾸준히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고 기록을 남겨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셋째, 어떤 길이든 안정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결국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선택과 노력의 결과다.
나는 선배들과 사장님의 이야기, 그리고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미래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달라지게 되어있다. 자신이 그 길을 선택했다면, 비교하거나 뒤돌아보지 말고 그 길에 대한 확신과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당신의 선택이 바로 당신의 삶을 빚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