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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야

"얘들아, 일하자" 공부를 당연하게 만드는 거실의 기적

우리 집의 하루는 거실에서 시작해 거실에서 끝난다. 아이들과 나는 하루 대부분을 이 공간에서 보낸다. 거실은 문이 닫히지 않는 오픈된 공간이다. 서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각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누구든 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도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치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처럼 편안함과 집중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우리 가족에게 거실은 작업실이자 배움터다.


이런 환경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공부해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이제 일하자”라고 말한다. 공부를 삶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하려면 강요보다는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공부는 멀리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거나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말은 아이들에게 너무 추상적이고 멀게 느껴진다. 아주 가난하거나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말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반대로 "공부 안 하면 돈 못 번다" 같은 부정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말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불안감과 부담만 준다. 이런 말들은 공부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키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자신의 '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태도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말보다 행동이 더 필요하다. 엄마가 먼저 일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나는 하루 대부분을 아이들과 거실에서 보낸다. 거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하거나, 책을 읽거나, 계획을 세우는 내 모습은 아이들에게 공부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임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몸이 아파도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일을 계속한다. 일하기 싫은 날에도 마음을 다잡고 정해진 일을 해낸다. 루틴을 지키며 하루를 보내는 내 모습은 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들은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배운다. 일은 항상 재미있거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해내야 한다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일이 의무로만 느껴져서는 안 된다. 일을 끝낸 후에는 자유가 따라야 한다. 나는 '오늘 할 일을 끝내면 자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나 역시 일을 마친 후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며 커피 한 잔을 즐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일을 마친 뒤의 여유와 즐거움을 기대하게 된다. 보상은 아이들에게 책임을 다한 후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보람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준다.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엄마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아이들의 동료가 된다. 거실은 공부방이나 작업실처럼 고립된 공간이 아니다. 서로가 함께하고 지켜보며 동기부여를 얻는 장소다. 엄마는 일을 하고, 아이들은 각자의 과제를 하며 서로의 존재 속에서 힘을 얻는다. “이제 우리 일하자”라는 말은 단순히 공부를 강요하는 말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부를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은 엄마가 먼저 보여주는 행동에서 비롯된다. 아침마다 거실에 모여 각자의 일을 하는 생활 그 자체가 하나의 교육이다. 엄마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모습, 일을 끝낸 뒤 자유를 누리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삶의 태도를 배운다. 거실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엄마와 함께 일하며 보낸 시간들은 아이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francesca-tosolini-qnSTxcs0EEs-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Francesca Tosol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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