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과 관심의 경계를 알자. 관심의 깊이보다는 영역을 확장하자.
명절은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지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고 관심을 표현하고 싶어 지지만, 때로는 그 관심이 상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건넨 질문이 상대에게 오지랖으로 느껴지는 순간, 대화는 부담으로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2월에 졸업하지? 취업 준비는 잘 되고 있니?”라는 질문은 겉으로는 관심처럼 보이지만, 상대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만약 상대가 졸업을 미뤘거나 취업 준비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 질문은 오히려 불편함이나 상처를 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는 게 좋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올해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이야기해 줘! 궁금하다.”, “어떤 게 요즘 제일 재미있어?” 이런 식으로 상대가 대답하기 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훨씬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첫 질문에 대한 상대의 반응을 잘 관찰하고, 그에 따라 다음 질문의 깊이나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가 대답을 짧게 끝내거나 적극적이지 않다면, 더 이상 파고들기보다는 가볍게 화제를 바꾸는 게 좋다.
그렇다고 무거운 주제를 회피하고 겉도는 이야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내게 마음을 열고 먼저 깊은 이야기를 꺼낸다면, 그때 진지한 격려를 하고, 상대가 원한다면 조언을 건넬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마음이 열려있지 않다면 내가 질문을 던져도 어차피 대답을 회피할 것이다. 부담스러운 질문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 관계가 망가지면 일방적인 소통만 하게 되거나 소통이 아예 단절될 수도 있다. 오히려 가벼운 주제들로 시작한 부드러운 대화 속에 따뜻함이 흐를 때, 진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게 되는 법이다.
또한 명절 때만 보는 사이처럼, 가끔씩 만나는 관계에서는 관심의 깊이보다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좋다. 취업이나 생계 문제 같은 경제생활, 미래 내 집 마련과 같은 계획 등에 대한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삶의 다양한 면을 다룰 수 있는 주제를 꺼내보자. 예를 들어, “요즘 어떤 취미를 즐겨?”, “요즘 관심 있는 주제나 배우고 싶은 게 있어?”, “보통 어디서 장을 봐?”등 가볍고 다채로운 질문들은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에 더해, 풍성한 대화를 위해서는 나 자신을 오픈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상대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나의 관심사나 취미를 공유하거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일이 있다면 이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해도 좋다. “최근에 이런 걸 배우면서 재미있었어.”, “너 덕분에 이런 좋은 일이 있었어. 고마워.” 같은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는 한층 더 따뜻해질 수 있다.
'대화'라는 것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연결될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이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적절한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심의 깊이를 조절하고 영역을 넓히는 태도, 그리고 나를 오픈하며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노력이 있다면, 명절이 더욱 풍성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