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비전은 마음을 가볍게 한다
20대 초반, 나는 뚜렷하고 야심 찬 목표를 세우는 것이 나를 동기부여시켜주며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시절, 내가 품었던 목표 중 하나는 다소 무리하면서도 매우 구체적이었다. '10년 뒤 200개의 개척교회 목사님들에게 각각 200만 원씩 선교헌금을 전달하겠다'는 비전이었다.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월 4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었지만, 젊음이 주는 패기와 열정은 현실적 한계를 쉽게 무시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내게 건넨 한 마디가 내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너무 과도하게 구체적인 목표는 오히려 하나님이 주시는 더 크고 깊은 비전을 제한할 수 있단다. 숫자에만 얽매이다 보면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진짜 뜻을 놓칠 수 있지." 그 순간, 머릿속에서 '아차!'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하나님이 주시는 뜻보다 내 욕심과 뜻을 앞세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스로 무지하고 교만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 나는 목표는 무조건 구체적이어야 성취감을 느끼고, 그래야만 더욱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지나치게 세부적인 숫자와 계획에 집중할수록, 목표가 나의 삶을 점점 지배했다. 매일 목표와 나와의 거리를 계산하며, 조금이라도 이루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었다. 불안감과 초조함이 커져가고, 어떤 순간에는 그 비전이 나에게 힘과 동기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옭아매는 족쇄로 변해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권면을 받아들이고 더 지혜로운 비전을 품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몇 명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랜 기도 끝에 하나님께서 내 마음속에 주신 말씀은 바로 '선교사를 양성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선교사를 양성하고 파송한다'는 근본적이고 가치 있는 방향성을 품고 기도하며 살아간다. 숫자와 목표보다는 방향과 가치를 중심에 두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졌다.
내 경험을 통해 깨달은 올바른 비전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첫째, 자신과 타인을 옭아매지 않고 오히려 자유롭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지나치게 수치화된 목표보다는 방향성과 가치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셋째,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목표는 우리 삶에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주지만, 지나친 숫자와 수치적 목표에 집착하게 되면 삶의 본질과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내가 설정한 숫자가 내 인생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갈 때 굴레없는 자유로움을 경험하며 삶은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어진다. 목표에 스스로 잠식되어 실패자로 낙인찍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숫자보다 방향과 의미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함을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