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시작을 열고, 신뢰는 길을 만든다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에서 팀장 후보를 선정할 때,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이 친구는 똑똑하긴 한데 조직에 대한 오너십이 부족한 편입니다.” “일은 잘하지만, 호불호가 강해서 팀원을 잘 아우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프로젝트에는 열정이 있는데, 조직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여요.” 이 말들은 하나의 사실을 조용히 말해준다.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발표도 잘하고 기획력도 뛰어나지만, 팀장으로 뽑히지 않는다. 반면 누군가는 조용하고 존재감이 크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리더가 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신뢰’다. 능력은 말하자면 입장권과 같다. 어떤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하지만 그 자리에 초대받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바로 신뢰라는 초대권이다. 신뢰받는 사람은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함께하고 싶게 만든다. 그가 리더가 되면 왠지 안심이 되고, 팀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실제 사례가 있다. 발표력, 추진력, 존재감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친구가 있었다. 그 밝은 에너지와 유려한 말솜씨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결국 다음 팀장으로 뽑힌 건, 한결같이 묵묵하게 걸어온 친구였다. 그는 몇 기수 동안 성실하게 책임을 다했고, 보여주기보다 진심으로 행동했다. 그의 말에는 프로젝트를 넘어 조직을 위한 마음이 담겨 있었고, 누구보다 상위 리더를 존중하며, 동료와 팀원을 따뜻하게 품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진정성 있게 임하는 태도,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 말보다 행동이 앞섰던 그 친구를 떠올리면, 나와 국장들은 늘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믿음이 갔다.
이처럼 신뢰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생들은 여전히 신뢰보다는 능력을 쌓는 데 몰두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사회는 성적과 스펙, 빠른 결과와 성과에 익숙해져 있다. 눈에 보이는 능력은 키우기 쉽고, 보여주기에도 좋다. 반면 신뢰는 한순간에 보여줄 수 없다. 신뢰는 쌓아야 한다. 작고 반복되는 일상을 성실히 지키는 가운데 서서히 자라나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 중심의 세상에서는 신뢰를 쌓을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히 보인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신뢰받는 사람이다. 사람을 통해 이직하고, 함께할 사람을 통해 사업 기회를 얻고, 좋은 사람을 소개받아 인생의 중요한 선택들을 하게 된다. 결국 기회는 ‘신뢰’ 위에 찾아온다.
한대협에서 수많은 대학생들과 함께하며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말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신이 한 말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능력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조직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람은 적다. 결국 이 사회에서 위너가 되는 건, 말만 잘하는 사람도, 일만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진심이 담긴 신뢰를 받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진짜 똑똑한 사람이다.
입장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스펙으로도, 발표 능력으로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초대권은 마음에서 온다.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지, 맡겨도 괜찮은지. 그 믿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살아온 태도와 쌓인 신뢰,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에서 온다.
지금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입장권을 가진 사람인가, 아니면 초대장을 받은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