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함은 때로, 쉬어야 할 때도 멈추지 않는다.
"너도 좀 쉬어."
"좀 쉬었다 해."
이런 말들은 언제나 따뜻하고, 달콤하다. 그 말을 들으면 잠시 멈춰도 괜찮을 것 같고, 지금까지 참 잘해왔다는 위로를 받는 듯하다.
하지만 그 말에 기대다 보면, 책임도, 신뢰도 쉽게 놓쳐버릴 수 있다. 특히 어떤 자리를 맡은 사람이라면, 멈춤이 곧 신뢰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물론 인간이기에 쉴 수 있다. 쉴 수밖에 없는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 진짜 멈춰야 할 때인지, 아니면 그저 피로함과 감정에 휘둘려 책임을 유예하고 싶은 것인지다. 리더의 자리는 그런 판단 하나로 신뢰를 잃을 수도, 반대로 더 깊이 얻을 수도 있다.
‘우직하다’를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simple and honest 또는 naive and honest라고 설명된다. 단순하고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정직함과 꾸준함, 그리고 책임감이 깔려 있다. 나는 20년 가까이 수많은 리더들과 함께 일하며, 이 ‘우직함’이야말로 조직을 지탱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현실적인 역량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우직한 사람은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늘 좋은 말을 들었다고 들뜨지 않고, 실망스러운 피드백을 들었다고 무너져버리지도 않는다. 감정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끝까지 해내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 그 꾸준한 태도는 일관된 성실함으로 이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라는 자산이 쌓인다. 결국 그런 사람에게는 기회가 주어지고, 조직 안에서 오래도록 살아남게 된다.
반면, 우직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첫째, 일희일비하는 태도다. 칭찬 한마디에 들떴다가, 지적 한 번에 주저앉는다. 감정의 변화가 크고 태도에 일관성이 없어, 주변 사람들은 그와 함께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맡은 일에 대한 태도가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보니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둘째, 요령을 추구하는 태도다. 힘을 덜 들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려 한다. 책임보다는 효율을 우선시하고, 빠른 성과를 추구하며 리스크 있는 결정을 쉽게 내린다. 이들은 장기적인 인내가 필요한 일에는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금세 조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거나 이탈을 고려한다. 일머리는 있어 보일 수 있으나, 결국 ‘위험 요소’로 분류되어 중요한 자리에서는 점점 밀려나게 된다.
셋째, 대충 하려는 태도다. 책임을 무겁게 여기기보다는, 상황을 넘기는 임기응변에 능숙하다. 맡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기보다는, 적당히 넘기는 데 집중한다. 겉보기엔 무난해 보여도, 조직은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린다. "뭐든지 평균은 한다"는 평가는 결국, "중요한 일은 맡기기 어렵다"는 말로 바뀐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40대가 된 지금까지,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고는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에서 리더직을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직장 생활도 녹록지 않았고, 건강이 나빠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사업에 실패해 경제적으로 무너졌던 시기도 있었고, 두 아들을 독박 육아로 키우며 체력적으로 완전히 방전되었던 날들도 많았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밤새 기도하며 눈물로 버텨야 했던 날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한 가지 다짐으로 버텼다.
"하나님이 그만하라고 하기 전까지는 충성하자."
아이들이 열이 나고 아파도, 아이들을 데리고 수금토일 한대협 현장을 지켰다. 아이들을 재운 뒤에는 새벽까지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 자료를 만들고, 회의안을 준비했다. 지금도 아이들을 돌본 후엔 한대협의 일정을 정리하고, 다음날 리더들과 나눌 메시지를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일을 요령으로 감당하려 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계산적으로 접근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단지 우직하게 버텼고, 그래서 살아남았다.
결국 조직은 안다.
눈에 띄는 성과보다도, 꾸준함의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요령은 빠르지만 얕고, 대충은 편하지만 가볍다.
그리고 일희일비는 감정에 끌려 다니는 리더를 만든다.
우직한 사람이 결국 끝까지 간다.
그리고 끝까지 간 사람이 그 조직의 진짜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