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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네가 좀 알아서 해야지"
실력 없는 순종의 한계

'말 잘 듣는 사람'에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

몇 달 전, 운동할 때 있었던 일이다. 강사를 꿈꾸는 한 학생이 인턴처럼 수업 현장에 나와 선생님께 강습법을 배우고 있었다. 2주 가까이 매일 2~3 타임씩, 선생님은 시범을 보이며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그런데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여전히 지시가 있어야만 움직였다. 급기야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젠 네가 좀 알아서 해야지. 언제까지 다 일일이 가르쳐줘야 해?"


이 원리는 사회생활 어디에서든 그대로 적용된다. 처음엔 시킨 일만 잘하는 사람이 참 고맙다. 성실하고 순종적이라서 리더 입장에선 든든하다. 그래서 초반에는 꽤 높은 신뢰를 얻는다. 하지만 시간이 쌓이면, 그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달라진다. 리더는 더 이상 "이걸 이렇게 해줘"라는 단순 지시가 아니라 "이건 왜 이렇게 흘러가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력 있게 움직이길 원한다.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으로의 전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가 무너졌을 때, 리더는 결국 이렇게 말하게 된다. "이젠 네가 좀 알아서 해봐." 그런데 그 말에 돌아오는 답이 "그건 제가 들은 적 없었어요.",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말씀만 해주셨으면 했죠."라면, 리더의 마음속에 있던 신뢰는 조용히 무너진다. 처음엔 '고맙다'는 말이 나왔지만, 나중엔 '답답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순종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실력 없는 순종은 오래가지 못한다. '말 잘 듣는 사람'에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조직은 그 사람을 점점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과장으로 승진할 시기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대리처럼 지시만 기다리고 있다면, 조직 입장에서도, 본인 입장에서도 발목을 잡는 구조가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시기에 맞는 모습으로 자라지 못하면, 결국 리더도 부담스럽고, 본인도 위축된다. 성장이 없으면, 관계는 멀어진다.


리더는 모든 일을 일일이 지시할 수 없다. 조직이 바쁠수록, 또는 시스템이 덜 정비된 조직일수록 지시의 범위는 모호해지고, 업무의 경계도 흐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시의 의도를 읽고 먼저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 돋보인다. 반대로, 여전히 "말씀해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그건 제 업무 범위가 아니죠."라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그 사람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착한 실무자에서 쓸모없는 인재로 바뀌는 순간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찾아온다. 성장은 능동성을 전제로 한다.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은 처음엔 믿음직하지만, 따르기만 해서는 그 지점에서 멈춘다. 진짜 성장은 '지시를 따르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온다.


"만약 나를 이끌어주는 리더가 없다면, 나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이 질문을 자문하며 지시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런 사람은 성장이 가속화된다. 그리고 결국, 누구보다 빠르게 실무자로서의 경지에 올라설 것이다.



시킨 일만 잘하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시가 끊겼을 때 멈추는 사람이 아니라,
지시가 없어도 일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


rinke-dohmen-P9xMLZcxfpc-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Rinke Doh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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