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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 심리에 빠진 사람들의 공통된 결말

"이때까지 한 게 너무 아까운데요"라는 생각이 부르는 손해

네가 타고 있는 말이 죽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말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북미 인디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죽은 말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이미 그 말에 돈을 주고 샀다는 이유, 여기까지 타고 왔다는 이유 때문에 계속 올라타 있으려 한다. 결국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말 위에서 시간과 체력만 허비한다.


기획안도 마찬가지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자료를 모으고, 문장을 다듬고, 슬라이드 디자인까지 공들여 만들었는데, 리더의 피드백은 냉정하다. "이건 지금 시즌에는 시장성이 없어. 아이템을 바꿔야겠네." 머리로는 피드백의 필요성을 이해하지만, 속으로는 이런 말이 터져 나온다. "이거 만드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걸 또 고쳐야 된다고?"


한대협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런 반응을 자주 본다. 논리적 근거를 들어 피드백을 해줘도, 학생들은 "이때까지 고생한 게 아까운데 그냥 원래대로 하면 안 되나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어느 순간, 이들은 팀의 목표를 달성할 기획,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획보다, 이미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을 지키고 싶은 데 마음을 더 쏟는다. 그러나 그때부터 결과물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리더의 피드백을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는 단순한 고집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생활에서는 훨씬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조직 목표보다 개인의 생각을 앞세우며 신뢰를 잃고,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느려져 기회를 놓친다. 피드백을 무시하는 태도는 팀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받아들이려는 팀원들과 갈등을 일으켜 협업을 경직시킨다. 결국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인물, "함께 일하기 불편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라는 말은 내 노력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내 평판과 미래까지 깎아내리는 말이 된다.


나 역시 매몰비용을 아깝게 여겼다면 큰 낭패를 봤을 것이다. 예전에 남편과 함께 식당 사업을 했을 때다. 월 최고 매출을 찍어도 인건비, 재료비, 세금을 제하고 나면 남는 수익은 턱없이 적었다. 지인의 사업체와 연결된 구조라 비용을 줄이기도 어려웠다. 시간이 갈수록 빚이 늘어나는 상황이 명확했다. 식당을 열며 들인 인테리어 비용, 권리금, 거처를 옮기며 쓴 이사 비용 등을 아깝게 생각했다면 접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1년 만에 과감히 문을 닫았다. 그때 "이제까지 쓴 돈이 아까워서" 계속 운영했다면 지금쯤 회복 불가능한 빚더미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빠른 결단 덕분에 오히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손해를 인정하고 멈추는 용기, 과거의 투자보다 미래를 지키는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매몰비용 심리다. 이미 투자한 시간, 돈, 노력이 아까워서 손해를 인정하지 못하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마음이다. 문제는 이 아까움이 단순한 감정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성과까지 잠식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투자를 붙잡으면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타이밍을 놓친다. 결국 매몰비용을 붙잡는 사람은 자신이 지키려던 노력뿐 아니라 평판, 기회, 브랜드까지 함께 잃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심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째, 판단 기준을 '아까움'이 아니라 '목적'에 두어야 한다. "이 선택이 내가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워지게 하는가?", "이 선택이 우리 팀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가?", "이 선택이 장기적으로 성과로 이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둘째, 리더의 피드백 또는 의미 있는 조언들을 '내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높이는 지름길'로 재정의해야 한다. 피드백은 당신의 시간을 헛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의 수고를 덜고 목표에 더 빠르게 도달하게 하기 위한 안내다. 그러니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수정 방향의 장점을 먼저 찾아야 한다. 셋째, 프로젝트 도중 반드시 "이대로 가면 성공할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중간 체크 시점을 만들어야 한다. 답이 '아니요'라면 과감히 방향을 바꿔야 한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장 생활비는 벌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가능성이 없다면 빨리 접어야 더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다. 넷째, 이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 잘 안 되는 방식을 배운 것도 소중한 자산이다. 실패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은 이후의 선택을 더 현명하게 만들어 준다.


아까움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그 아까움 때문에 가능성 없는 기획안, 프로젝트, 사업을 붙잡고 있다면, 내 브랜드도 함께 무너진다. 결국 미래를 지키는 사람은 과거의 투자보다 지금의 결단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alexander-aguero-DIzyUX2I3zE-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Alexander Agu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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