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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의 목적은 지키는 게 아니라 지속하는 것이다

유연함이 필요한 때와 결코 타협해선 안 되는 순간

by 리더십마스터 조은지멘토

루틴은 성실한 사람의 또 다른 이름처럼 들린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한 순서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보면 '참 부지런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루틴은 삶을 단단하게 붙드는 질서이자,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구조물이다.

하지만 루틴을 지키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힌다. "오늘은 못 지켰다"는 죄책감, 계획이 어긋났다는 불안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루틴은 원래 나를 돕기 위한 틀이었는데, 어느새 나를 옭아매는 감옥이 되어버린다.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20대 때 나는 잠을 줄이고 일에 몰두했다. '젊을 땐 버텨야 한다'는 말을 믿었고, 하루 다섯 시간도 자지 않으며 일했다. 그땐 내 몸이 버티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시절 쌓인 무리가 결국 갑상선 혹으로 나타났다. 처음엔 작던 것이 10년 동안 조금씩 커지더니, 결국 수술을 해야 했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알았다. 건강이 무너지면 루틴도, 성취도 아무 의미가 없다. 루틴의 목적은 나를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나를 지탱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루틴을 세울 때 '기준과 유연함'을 동시에 생각한다. 몸이 무겁고 마음이 지친 날이라면 잠시 멈추는 것도 루틴의 일부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유연하면 루틴은 금세 흐트러진다. 유연함은 "언제 발휘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혹은 루틴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 때는 유연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일정, 건강의 이상 신호, 마음의 번아웃은 '조정의 신호'다. 그럴 땐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고 잠시 속도를 늦춰야 한다. 반면 단순히 귀찮아서, 기분이 안 좋아서, "오늘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 땐 멈춰야 한다.
그건 유연함이 아니라 나태다.

유연함은 흐트러짐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기술이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멈추는 것, 다시 설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추는 것. 그게 진짜 루틴의 지혜다.

그리고 루틴을 세울 때, 단 하나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 그건 건강을 지키는 루틴이다. 수면은 하루 7시간 이상,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반드시 땀 흘리는 운동을 한다. 이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몸이 무너지면 집중력도, 의지도, 성실함도 함께 무너진다. 젊을 땐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몸은 결코 속지 않는다. 루틴을 만든다는 건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나를 만드는 일이다.

루틴을 지킨다는 건 단순히 계획을 수행하는 게 아니다. 그건 스스로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나는 맡겨진 삶을 책임진다"는 무언의 선언이다. 그래서 루틴이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의지보다 시간에 대한 태도다.

시간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 시간을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을 '맡겨진 선물'로 바라보면 태도가 달라진다. 시간을 누군가에게서 잠시 빌려 쓴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지 못한다. 마치 잠시 맡은 정원의 꽃들을 하루에 한 번씩 물 주며 돌보듯, 오늘의 시간을 정성스럽게 가꾸게 된다. 루틴은 그 '소중함'을 전제로, 삶의 리듬에 탄력을 주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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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간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마케팅, 영업, MD 등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습니다. 두아들의 엄마이자 12년째 개인 사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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