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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처럼 보이는 포기의 언어

왜 나는 그 말에 포효했을까

by 리더십마스터 조은지멘토

대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답답한 순간들이 있다. 올바른 태도의 기준을 쉽고 명료하게, 반복해서 설명했고, 충분한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좀처럼 바뀌지 않는 학생들이 보일 때다. 그런 장면이 이어지면 말이 길어진다. 결국 잔소리가 된다.


그런데 잔소리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혹시 아이들이 자포자기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멘토님, 저한테 하신 말씀이군요.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스스로를 정리해 버릴까 봐 염려가 된다.


나는 결국 지난주 강의 중에 외쳐 버렸다. "이렇게 말하면 나 정말 미쳐버려~~~! 우와악~~~!" 학생들이 빵 터졌다. 잔소리로 굳어 있던 공기가 한순간에 풀렸다. 나도 웃었지만, 그 포효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왜 나는 그 말에 그렇게까지 반응했을까.


그 문장은 겉으로 보면 겸손하다.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 귀에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반성이 아니라 정리처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물러나는 것처럼 들린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말이 아니라, 여기까지 하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나는 작별 인사를 원한 적이 없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시정하겠습니다. 정신 차리고 다시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반성을 자기 비하로 착각한다. "제가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면 책임을 다한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인정은 출발점일 뿐이고 본질은 수정이다. 반성은 감정이 아니라 방향이다. 마음이 아팠다는 사실보다, 그다음 선택이 달라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실 "제가 부족합니다"라는 말은 겸손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조용한 포기일지도 모른다. 그 말속에 "저는 원래 이 정도입니다"라는 자기규정이 숨어 있지는 않은가. 그렇게 스스로의 한계를 미리 정해 버림으로써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부터, 타인의 기대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리더의 입장에서 가장 힘이 빠지는 순간은 잘못 그 자체가 아니다. 잘못 이후에 "저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라며 스스로를 접어 버릴 때다. 그 말은 책임을 지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변화를 멈추는 말이 되기 쉽다. 겸손의 언어를 빌려 포기를 선언하는 순간, 가능성도 함께 닫힌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자녀를 훈육할 때 아이가 "저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안 할래요"라고 말하면 부모의 화는 더 커진다. 성적 때문이 아니라 태도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가능성을 접어 버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집중해 볼게요"라는 말이 낫다. 완벽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훨씬 험난한 시간을 통과해 왔다. 상사로부터 끝없이 지적을 받았고, 어떤 말은 모욕처럼 가슴에 꽂히기도 했다. 속상해서 울고, 억울해서 밤을 지새운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단 한 번도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나를 단단하게 만든 것은 칭찬이 아니라 수정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이 자신을 정리해 버리는 말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 부족함은 끝이 아니라 재료다. 지적은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다듬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은 아프지만, 그 자리를 떠나 버리면 성장도 함께 멈춘다.


나는 완벽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응원한다. "제가 부족합니다"에서 멈추지 않고, "그래서 바꿔보겠습니다"까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믿는다. 겸손은 물러나는 태도가 아니라, 불편함을 견디며 남아 있는 용기다. 진짜 반성은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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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간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마케팅, 영업, MD 등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습니다. 두아들의 엄마이자 13년째 개인 사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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