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치가 기준이 될 때 생기는 폭력성에 대하여
성실함은 언제나 좋은 덕목으로 여겨진다. 부지런함, 책임감, 꾸준함 등 여러 가지 미덕이 이 단어 안에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에게 요구하고 타인에게도 은근히 기대한다. 문제는 이 성실함이 언제나 선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성실함이 사람을 상처 입히는 순간은, 그것이 태도가 아니라 기준이 될 때다.
나는 열심히 했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 나는 참고 견뎠으니 너도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 이 논리가 마음속에서 굳어지는 순간, 성실함은 더 이상 나를 단련하는 가치가 아니라 타인을 재단하는 잣대가 된다. 이때부터 관계에 미묘한 균열이 생긴다.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한숨이 늘고 속으로 비교가 시작된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느슨할까." "왜 나는 항상 더 해야 할까." 직접적인 분노가 아니라 잔잔한 불평과 짜증의 형태로 감정이 쌓인다.
나 역시 유독 한숨이 잦았던 시기가 있었다. 배우자나 자녀가 약속한 일을 미루고 있을 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내 기대만큼의 속도로 움직이지 않을 때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속으로는 이미 평가가 끝나 있었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될 텐데.' '왜 이 정도는 못할까.' 그 순간 나는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성실함이라는 기준으로 조용히 사람을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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