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내 힘으로 바꾸려고 하면 관계만 더 악화된다
잔소리, 비난, 분노, 눈물 호소로는 사람 안 바뀌더라
by 리더십마스터 조은지멘토 Aug 16. 2024
나는 결혼 생활 만 12년~13년 정도까지 남편의 셀 수 없이 반복되는 거짓말 때문에 참 힘들었다. 남편은 친구들과 당시 직장 동료들을 너무 좋아했다. 거의 매일 애들이 모두 잠든 다음에 들어왔다. 두 아들을 키우며 참 그 시간들이 서글펐다. 아이들이 아파도, 내가 아파도 남편은 몰랐다. 어느 날은 몸이 너무 아프니까 서글픔이 몰려오더라. 큰 아이가 4살이었을 때 그 조그만 아이에게 위로받고 싶어, 잠든 아이를 안고 흐느끼기도 했다.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려온 가족 그림에 아빠가 없었으니, 그 시절 우리 가족에게 남편, 아빠는 사실 늘 부재중이었다.
처음에는 잔소리를 해봤지만 그럴수록 남편은 더 회피할 뿐이었다. 더 거짓말을 많이 했다. 설득도 하며 타일러도 봤지만 고개만 끄덕일 뿐 변화는 없었다. 화를 내며 강도 높은 비난도 해봤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감정만 상하는 싸움이 됐다. 거듭되는 실망 때문에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 가정에 소홀한 모습 때문에 외롭고 서글펐다. 눈물로도 호소해 보고 편지도 써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러다가 그냥 내 힘으로 남편을 변화시키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 나한테는 남편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기로 결심했다. 그때 내 핸드폰에 남편 이름을 이름 석자로 수정, 저장했던 기억이 난다. 남편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내가 살 것 같았다. 더 이상 서운해할 힘도, 원망하고 미워할 힘도 없었다. 너무 감정적으로 탈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남편이 늦게 들어와도, 심지어는 집에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 여부를 몰라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전화도 안 했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지배하려고 하면 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영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딱 2가지 생각만 마음에 남겼다. 하나는 이 가정은 하나님이 맡겨주신 것이라는 것과 둘째는 남편은 통제 불가능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남편이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것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긴 하지만 내가 책임질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실이 내게 홀가분함을 주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가정에 충실하자, 남편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 기도만 심자'라고 생각하고 두 아이를 키웠다.
그런데 남편이 약 4년 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에게 진심 어린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하더라. 울컥하는 그의 목소리에 나도 눈물이 났다. 남편이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를 믿지 못해 이렇게 생각했다. 딱 그 시기가 내가 돈을 많이 벌기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에 '아... 이 사람은 경제에 민감하니까, 내가 돈을 잘 버니까 집안일을 도와주는구나. 내가 돈을 못 벌면 또 돌변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만 4년의 시간 동안 내가 돈을 잘 벌 때도 있고 못 벌 때도 있었는데 그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집안일을 도맡아 하더라. 나도 집안일을 해보아서 알지만, 4년 동안 매일 빨래며 설거지며 청소며 분리수거를 도맡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진정성 있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을 보며 나는 사랑을 느꼈다. 내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는 것도 느꼈다.
남편이 어느 날 교회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가정에서 자신의 모습이 변화하게 된 이야기를 하며 '사람이 양심이 있는데 너무 양심이 찔렸다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와이프를 보면서 존경심이 들었다'라고 말하더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특히 가족을 변화시키는 건 잔소리도, 설득도, 비난도, 분노도, 눈물도 아니었다. 남편이 변화한 데에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크다. 내 기도를 들으시고 남편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서 일해주신 것 아니겠는가. 이에 더하여, 남편에 대한 비난을 그치고 솔선수범을 통해 남편이 내게 흠잡을 것 없이, 가정과 일에 충실한 모습을 일관되게 오랫동안 보여주었던 것도, 남편의 변화에 일조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솔선수범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변화할까?'라는 의문에 "Yes!"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는 못하겠다. 앞서 말했듯이 통제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변화하지 못해도, 내가 솔선수범하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나의 가정과 조직(올바르고 선한 일을 하는 조직이라면)을 섬기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칭송받아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