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어른 아이 같은 우리네 가정,
혁신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편안하고 정서 자원이 풍성한 가정이 됐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경제적으로 급격하게 발전해 오면서 물질문명은 굉장히 발달했지만 비물질 문명은 그에 발맞춰 발전하지 못했다. 사실 당연한 결과다. 건물, 도로, 시설이야 돈이 있으면 지을 수 있지만 정신문명은 돈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몸만 컸다고 정신이 성숙한 게 아니듯이, 우리나라는 어쩌면 몸만 어른이지 정신연령은 아이라는 것을 지칭하는 '어른아이'와 같달까.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목적, 가치관, 나 자신에 대한 탐색을 하며 나를 잃지 않고 성장했다면 좋았을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돈을 버는 행위의 목적과 의미, 자본주의 경제 사회를 영위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인드세팅을 하며 성장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이 선진국에서 온 전문가도 아니고 사회문화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데, 어찌 이런 밸런스까지 고려하며 일할 수 있었겠는가.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주어진 환경, 본인이 배운 것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신 것이며 이들의 놀라운 노력과 열정을 존경하며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이 글은 기성세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며 결과적으로 정신문명의 미성숙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아파하고 있는 부분을 가정에서부터 해결하고 극복해 보자라는 취지로 쓰는 글임을 밝힌다.


우리는 물질문명 대비 정신문명이 미숙한 사회 모습을 갖고 있다. 이 모습은 많은 가정에서 볼 수 있다. 이전보다 훨씬 좋은 집에 살고 외식도 하며 좋은 음식을 먹지만, 가정이 화목하지 않다. 물질적 성취만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는 것이다. 많은 가정에 소통의 문제가 많다. 불통과 갈등의 형태는 비난, 남 탓, 뒷담, 시기, 질투, 폭언, 폭력, 통제, 간섭, 강요 등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정의 정신문명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부모님 세대와 자녀 세대의 갈등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을 겪은 기성세대는 자신이 노력하면 결과물로 이어지는 세대였다. 당시에는 우리 사회가 성취와 성공의 기쁨에 젖어 있었다. 성공 신화가 쏟아져 나왔다. 대학만 나와도 취업은 무조건 보장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성취와 성공이 무서운 점이 있다. 자신이 거둔 성공이 누적되면서, 소위 자수성가를 거두면서 지나친 자기 확신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이들의 노력이 부족하다, 멘털이 약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 청년들은 정말 게으르고 부정적인 사고로 가득 차 있어, 쓴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세대는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 수많은 실무경험을 하고 자격증을 따도 취업이 어렵다. 충분히 노력한 이들에게는 비난보다는 현실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 혹시 취업을 원하는 회사의 수준이 본인 경쟁력 대비 너무 높은 것이 아닌지, 신입으로서 경쟁력 있게 준비하고 있는지, 회사가 맞지 않는 성향이라면 그 외에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경험을 소개해준다든지 등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본인이 가이드해 줄 만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지인,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만나게 해줘야 할 것이다. 가이드를 해줄 때도, 한심하다는 식이 아니라 '네가 잘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있어 '라는 믿음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다.


모든 조직의 분위기는 리더십의 비중이 크다. 따라서 가정의 분위기도 부모 비중이 크다. 부모와 자녀 간에 소통의 문제가 있다면 사실 부모 책임이 많다. 나는 감히 제안해 본다. 부모 세대는 자녀들에게 "열심히 일하라, 노력하라" 등의 동기부여를 하기 전에, 원만한 관계 형성과 진정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대화를 나눌 때도 성과에 초점이 맞춰진 얘기 또는 과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부모 세대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또 다른 성취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보다 자기 자신 자체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겠다. 자신의 정서 자원을 배양하고 소통 능력을 기르는 모습을 보여주자. 자신을 인격적으로 혁신하려는 노력을 솔선수범하여 보여주자. 이를 통해 자녀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건강하게 소통하게 되면, 자녀들이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어느 순간 정신 차린다. 자녀가 부모를 편안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따르면, 삶을 의욕적으로 마주하는 자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약한 아이가 아니라 한층 성숙해지고 강인해진 자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보다 못한 게, 기대에 못 미친 게 죄는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