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이다. 모처럼 잘 잔 아침이다. 어제 오후만 해도 더위에 지쳐 선풍기를 끌어 안거나 에어컨을 틀어야 했는데 저녁부터 냉방기를 멈추고 앉아 뉴스를 보다가 저녁에 잠시 졸았을 뿐이다. 바람의 온도를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이 되니 이미 옆사람이 출근하는 소리에 잠이 깨어 손만 흔들어 주고 말았다.
그는 아침 먹은 흔적도 없이 나갔다.
온클 아침 체크를 자주 놓치는 녀석이 하나 동거하고 있어서 오늘은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받으면 진짜 미안한 일이었다. 내 정신을 먼저 차린 뒤 녀석을 깨웠다. 어제 아침 9시 고래고래 야단친 약발일까. 녀석의 동굴을 열어보니 이미 체크했어요... 하며 이불속을 뒹군다. 그래도 책상 위 책과 필기구의 정글을 보기가 불편해, 카리스마 넘치는 단호함으로 일어나지! 한 마디로 애를 깨우고 빵을 구웠다. 요즘 버터 바른 빵에 빠져서 아침 식사의 대부분은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른다. 토스트기는 다른 식구가 준비할 때나 사용되기에 내가 아침에 정신 차린 날은 프라이팬이 등장하고 온 집안이 버터향 가득하다. 참고로 나는 주방가전 사용을 즐기지 않고 사들이는 것도 쾌락이 되지 않아 최소한의 주방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요리는 그게 볶든 튀기든 심지어 찌는 것도 프라이팬 하나에 해결하고 산다.
아참, 이불속을 뒹구는 한놈이 더 있어, 그 녀석에게도 이 아침 바람을 굳이 쏘이겠다고 하는 의지에 고등학생의 방을 향힌다. 나는 어쩌면 폭군처럼 보인다. 기상나팔부는 관리자의 역할을 내려놓은 지 오래지만 오늘 아침만은 좀 함께 창밖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 계절이 변화하고 있음을 체득하는 순간이라...
8시 45분. 머리와 발이 침대 길이를 꽉 채운 이의 잠을 깨우려는 침대맡에서 박수 두 번 치니 그는 눈을 뜬다. 역시 카리스마 음성, 한 마디. 쫌 일어나 보시지요. 이윽고 두 아이는 어슬렁 주방에 등장했고 모처럼 아침부터 청소년다운 말장난에 부드러운 버터 감으로 슬슬 하루가 시작되었다.
앉지 않고 서서 식사를 하겠다는 작은 녀석과 시종일관 농담 따먹기를 하며 두 사람의 야유와 비난을 서슴지 않고 받아들이는 비유 좋아진 아침을 맞는 오늘, 가을바람 덕분인가!
바람 덕에 애들 기분도 좀 나아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어제만 해도 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갑자기 온클 수강이 체크가 안 되었다며 방밖에까지 뛰쳐나오며 험난한 소리를 내길래 너만 문제인 거니? 한 마디 했다가 엄마는 왜 날 문제 있는 애로 보느냐며 덤비는데, 그 엄마도 거의 지지 않는 기싸움에 너 앞으로 나테 어떤 말도 걸지도 마! 하고 불쾌한 신경전에 꼬리를 무는 녀석에'나쁜 자식'해대가며 얼마나 쏘아붙였는가! 생리는 지 동생이 하는데 저만 그리 예민을 타니 일터와 집이 겹치는 나는 얼마나 극 스트레스에 예민해지는지 모르겠어 울그락불그락 주체 못 하고 시국을 탓했었다.
아이들은 덜 부딪히고 아침식사는 유쾌했다.
내 취향은 버터를 한쪽 깊숙이 발라 구워야 하고 아들 취향은 거기 크림치즈까지 바른다. 너 그거 느끼해서 어찌 먹냐 그러게 말입니다 하며 딸기잼까지 듬뿍 바르더니 빵 몇 쪽은 금세 해치우는 괴력의 청년이다. 그때껏 내내 서서 접은 토스트 한쪽을 오물거리던 둘째 녀석은, 어제는 생전 처음 생리통이 이런 거냐며 그런 것의 존재를 이제 알았다고 허리를 짚어대던 아이가 오늘은 제 몸이 가뿐한지 기분이 좋은지 설거지도 자기가 하겠단다.
아니야, 오늘은 내가 할게 내 손에는 버터가 묻었거든!
아, 마침 1교시 시작하네요! 하며 제 동굴로 들어가는 녀석.
오늘 아침은 9월의 바람이 불어주어서인가~
일상이 평온하다. 이상하게 최근 단지 밖 스피커 상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가 왔습니다. 무, 무여~
어제는 표고버섯 아주머니 음성이었는데... 이 시국에 누군가는 더 적극적으로 삶의 터전 안짝으로 깊이 다가서야 했을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팬데믹 속에서도 삶은 굴러가야 하니까.
아픈 이들은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를 멈출 수 없다. 학생들은 학교에 적을 두고 일상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이 시기의 역사를 기억할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글을 계속 써야겠지.
모두가 제 길에 서서 굳건히 자신의 일상을 지켜나가길! 선선한 바람이 불 때 잠시 소소한 여유로 마음을 식히며 나를 휘감아도는 바람과 하나로 순간의 삶을 트여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