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빵은, 그래서 저 빵은 어찌되어야 하는 것인가. 식탁 위 먹던 빵을 비닐봉지에 넣어 꾸역꾸역 버리지 않겠다고 가지고 온 후로 하루가 지났다. 멋진 블루베리케이크와 뜯어 먹던 크라상 조각은 여지없이 뭉개져 알아볼 수 없는 형체로 하나의 추상 작품이 되어 있었다.
내가 분명 어제 빵을 사기 전에
“이거 못 먹어서 남길지도 몰라여.”
라고 했건만 그녀들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빵들을 쟁반에 담았고 나는 나의 몫으로 담은 딸기잼과 버터 한 덩이를 얹은 스콘을 참으로 열심히 먹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나의 활약에도 불구 자신의 몫을 해결하지 못했다. 카페를 나서며 이거 버리고 갈 수는 없다고 내가 포장 봉지를 들고 와서 담아 놓은 이후 집에 와서 나 역시도 그것들을 처리하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분명 시간이 좀 지나면 저것들을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과 같지 않게 나의 위는 무기력했고 더 이상의 빵조각들을 취할 수 없었다. 심지어 강언니의 블루베리 케이크는 선택할 때부터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난 또 그들의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더 이상 말릴 수는 없고 불 보듯 뻔한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서, 난 왜 늘 먹던 음식을 싸들고 집에 오는 것이냐는 것. 그냥 음식을 버리고 오면 안 되는가? 어째서 늘상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말아야 하는가의 의구심에 빠져든다. 한창 식성이 좋을 때는 기분 좋게 먹어 치웠지만 이제는 한 공기의 밥도 힘들게 먹으면서 어쩌자구 남들이 먹던 음식마저 싸들고 오는 것이냐는 말이다. 집에 먹어줄 강아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음식물쓰레기에 한 몫 보탤 거면서... 음식을 버리는 일을 무슨 큰일 나는 줄로 알고 집어 오는 나는 궁상과 아낌의 딜레마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다음 날 아침이면 그냥 저걸 먹고 체하느니 버리는 게 낫겠다가 되어 버린다.
심이지 어제는 집에 돌아오니 누군가 크림빵과 고로케를 사놓고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아...오늘 아침 그 남은 빵조각들을 보며 포크로 하나 찍어 보았는데 이미 어제의 그 황홀함은 사라진 채로 뻑뻑해져 있고, 고로케의 버무린 야채는 살짝 맛이 가고 있었다. 아, 주여 내가 인류의 굶주림을 책임질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남은 음식을 싸들고 이 뭐하는 짓이란 말인지요. 미련이겠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잖아요 하면서 또 나선다면 정말 이제는 그만큼 한 끼를 굶던가 해야지. 모하는 짓이란 말인가... 버려야 하는 음식에 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