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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noh Nov 10. 2024

아이에게

인생은 시시포스의 돌이란다


꽃이 필 준비


봄에 화분과 꽃씨를 잔뜩 사서 내 집에도 심고 아는 꼬맹이들에게 씨앗 심은 화분을 나눠 주었다.

요즘은 전문가 없이 쿠팡이 만들어준 재료에 너나없이 하고픔을 만족시키고

시행착오로 "나름의" 소견을 만들어 내는 시대.

나 역시 어린 시절의 풍월과 누구네 꽃밭을 넘겨본 정도의 관심으로

무작정 씨앗을 샀던 것이다.


들판에 가면 소소히 피어있는 어여쁜 꽃들이

좋았고

나도 저렇게 예쁘게 피워낼 줄 알았다.


하나 둘 "싹이 났어요!"

라는 소식이 전해져 왔고

흐뭇한 상상에

내 화분도 새싹 밭이 그럭저럭 잘 되고 있었다.


하지만

5월, 6월, 7월

아이들은 이제 꽃이 언제 피냐는 질문은 사라졌고

어느새 각자의 화분을 알아서 치운 모양이었다.

분무기가 없어서

새싹이 죽었다는 민원과 함께


어느 날

가을이가 부쩍 큰 백일홍 화분을 보여 주었을 때

다행이다!  안도했다.

그쯤 현우도 작은 화분을 보여 주었다. 아직 몇 개가 서로 키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내 화분도 워낙 많은 씨앗을 뿌렸기에 아직 이름 모를 애들이 옹기종기 크고 있었다.


또 하지만 얼마 후

두 아이의 화분 소식도 끊기고

내 화분도 절멸하다시피

엄청난 시행착오의 쓴 맛을 보며 여름을 넘겼다.

역시 난....... 이러며 포기했다.




며칠 전

화분의 정글이라 할 수 있는

거실 정원?에

몽우리를 발견했다.


와우~~~

몇 가닥 남은 백일홍에 드디어!


꽃봉오리같이 생긴 게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베란다 다른 화분에

이름 모를 꽃봉오리가 생겼다.

지난봄 엄청 큰 꽃이 만발했는데~~

가을에 다시 피는구나!


한 해에 두 번 피나?



수능을 앞두고 수시결과를 기다리며 낮과 밤이 바뀐

아이


친구랑 사귀는 법이

오르락내리락

꾸준하지 않아

안쓰러운 아이에게

너도

조만간 꽃이 필 것을

믿으라고

쫌 예쁜 너의 때가 올 것을,

준비하여 맑고 건강하게

버티어 달라고


그래서 꽃은 피고 또 질 이고

다음 해 다시 피어날 것이라고

그때마다 아프더라도

견디며 성숙하자고


그렇게 엄마가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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