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야

by 그날

이른 아침을 먹고 오랜만에 아이들의 등교를 라이드 해주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때 마침, 둘째 딸의 숨 가쁜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엄마, 한국에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탔어요.

정말? 진짜야? 그게 사실이야.

그 언어의 장벽을 넘고 역사와 문화를 초월하여

우리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통했다니!

한참이나 이곳저곳이 전쟁 통으로 고통과 상처가

난무하고, 나라 사정도 힘들어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렇게나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을 누군가는 소리 없이 꾸준히 일궈 나가고 있다는 소식에 정말 감사와

뿌듯함이 밀려왔다.

우리도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에 이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다지며 그 아침을 열었다.


남편의 잠깐의 미국생활.

정말 숨 가쁘게 지나갔다. 집안의 구석구석을 꼼꼼히 손을 보고, 나 혼자 구입하기 어려웠던 물건들을 보러

다니며, 모두가 바쁜 학교와 직장생활을 위해 장을 보고 아침과 도시락을 준비해 주며 안사람의 역할을

톡톡히 치르는 한 달간의 미국살이를 마치기

전날에서야 겨우 휴가를 내었다.

오래되지 않은 회사생활에 바쁜 일손을 모른 체하기도 힘들었고, 손님이 아닌 가족으로 온 것이기에

우리의 삶을 온전히 보여주고도 싶었다.

그 어느 누구도 녹록하지 않은 돌파해야 할 첩첩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다행히 남편은 어느 보기 좋은 곳에 놀러 다니는 것보다, 멋진 집과 자동차로 그럴듯한 풍요를

누려 주지는 못해도 소소하게 가족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들어주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 먹고, 보는 것들에 큰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의 널따란 학교 운동장에서의 동료친구들과 함께 했던 마칭밴드 활동과 운동선수들의

그 땀과 노력의 진한 공동체의 모습들에

우리 청소년들이 느꼈으면 했던 바램들을 볼 수

있어서 그 어떤 여행

보다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했다.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날,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 오는 길.

남겨진 가족과 동료들을 위해 선물을 고르고 이 지역을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공원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맥주 공장에서 갓 공습해 온 한 잔의 시원함이 앞으로의 우리 인생 여정 속에 또 어떠한 만남과 미래와 이야기가 꾸며져 나갈지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제는 우리가 또 각자의 현장과 위치에서 분투하며 살아가야 할 삶들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관문을 서둘러 재촉하며 들어가던 남편이 무엇을 잊은 채 다시금 되돌아와서는 우리를 안아주고 되돌아간다.

홀로 떠나는 길목에 남겨진 우리...

아직은 뜻하는 대로만 풀리는 것도, 내가 자신만만하게 내세울 것도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나의 남편도 나의 자녀도 내 자신까지도

내 것이 아니기에

나의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고

영원토록 함께 하시는 그분의 부족함 없는 사랑과

보호하심을

받은 자로써 오늘도 생명 살리는 꿈을 꾸고

한걸음 한 걸음 도전하는 발걸음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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