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빈 곳에 무엇을 채울까

나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

by 그날

이민자의 삶은 어느 때 이건 녹록하지 않는가 보다

10년을 살았든 30년의 시간이 흘렀든

이제 갓 나처럼 1~2년의 풋풋한 새내기든 지.

노래가사 하나에도 울고 어렴풋이 알아듣는

언어 속에도 무시하는 말 앞에 묵묵히 입을 담을 수

밖에 없는 설움들의 이야기에 모두가 눈시울을

붉힌다.


‘이곳에서 꼭 살아남으라 ‘고 나에게도 당부를 한다.

아프지 말고 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운동과 언어는 매일매일 빼먹지 말라며.

그래도 나의 나약한 의지 때문인지 한참을 뛰어도

겨우 30분을 채우기 힘들고, 자리에 앉아 영어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고개가 앞뒤로 휘젓는

나의 졸음 앞에 아이들은 ’ 엄마, 빨리 잠부터

주무세요 ‘라는 말에 순응하며 ‘그래,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라는 반복에도 나름 위안을 얻는다.


그중에서도 나가기 전까지 온몸을 비틀고 가기 싫어 발버둥 쳤던 공립도서관 에서의 다민족을 위한

영어수업을 몇 달간 진행하였다.

특히 그곳에서 마주한 민족 간의 태도, 생활방식,

수업분위기도 새로웠고

우리 시대 외국어교육의 취약점인 듣기와 말하기가

빠진 읽기와 쓰기에 집중했던 우리 교육의 현실과는

다른 그들의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을 마냥 지켜보며

낙심과 부러움을 오락가락 오가면서도 언젠가는 그들과도 나와 우리의 소식들을 맘껏 나누고 전할 수 있으리라 작게나마 소망을 품어보았다.


몇 주 전에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이하여 도서관을

관할하는 선생님이 각도서관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수강생들과 자신의 친구들을 집으로 바비큐 파티에

초대하였다.


몇 시간을 현지인의 가정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문화를 함께한다는 것에 마음에 불안과 두려움이 너무나 컸지만 반면에 정말 그들의 삶의 방식을 알고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운 이웃 친구와 함께 떨림을 품고 선생님의 집을 방문하였다.


마침 그날 아침에 갓 담은 김치와 잡채,과일을 가지고.

정해진 시간이 되자 그동안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웃들이 삼삼오오 각 나라의 음식들과 지인들을 데리고 왔다. 각각 인사를 나누며 집안을 둘러보고 부부의 작업실 작품들을 구경하며 자신들의 집에 대한 추억들을 나눠주며 곳곳마다 놓여있는 테이블들에 우리는 맘껏 즐겨도 좋다는 얘기를 듣고부터는 정말

스몰토크의 바다에 우리는 내동댕이 쳐졌다.

미국인들이 왜 이렇게 토론과 토크를 잘하나 했더니

이런 문화에서 오는 건 아닌지.


처음 사귀게 된 남미 할머니는 우리나라는 하루 종일 만나서 놀 때 춤을 추며 파티를 즐긴다며 식사는 언제 할 수 있느냐며 말을 많이 하니 배가 너무 고프다고 했다. 정말 우리 한국 같으면 사람들을 많이 초대해 놓고는 주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신경을 쓸 텐데 모든 것은 초대받은 시간 동안 자유롭게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데 주인은 그야말로 평안했고 여유로웠으며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스스로도 즐기고 있었다.


한국에서 특히나 내가 살았던 남도에서는 맛깔난 김치와 밑반찬들의 가게가 즐비했기에 몇 번 담가보지 못했던 김치를 할 수없이 이곳에서는 매번 흉내라도 냈던 것이 이곳 사람들에게 유튜브를 통해 대부분 경험해 본 음식이었다며 김치가 큰 인기를 얻었다. 주인장께서 이렇게 먹다가는 다 없어지겠다며 저녁에 다시 가족들과 나눠먹기위해 냉장고에 몰래 모셔두기까지 했으니—-

아, K-음식의 자부심을 이곳에서도 느끼다니!


우리의 체면과 형식을 그다지 중요하게 의식하지 않는 이들의 문화와 다양한 인종 속에서 많은 불편함 없이 시간이 훌쩍 지나감을 보며 또 한 번의 도전한 발걸음에 마음이 뿌듯해져 왔다.


이 일로 나를 옥죄이는 것에서 조금은 자유함을 얻었는지 다음날 내가 맡고 있는 주일학교 예배일에 영어권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백인 할머니의 “너무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마! 그냥 책만 읽어줘도 되고 자신 있는

말로 편안하게 얘기하라는 말에 큰 위안이 되었다.


한국인 초등저학년과 유치부 아이들의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에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울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언어로 인해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나눔 앞에 내 마음에 강한

울림과 감동의 은혜가 다가왔다. 그래,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닥쳐있는 상황과 환경은 어느 누구도 녹록하지 않고 우리의 생각과 발걸음이 나의 뜻인 것 같으나 우리를 향하신 각자의 계획과 목적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나를 초월하는 힘이 필요하며 그 나약함 속에 채워야 한다는 것을 삶 속에서 또

한 번 배우게 된다.

독립기념일에 야외 공원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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