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지 145일째되는날인 나의 할아버지와 생후 6일차의 윤우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분만실에서 눈을뜨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할아버지였다.
수술 이틀차 발이 붓기 시작하면서 돌아가시기 전의 발이 지금의 내 발이 닮아 더 울컥했다.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에도 통증이 있다며 이제는 죽어야한다고 습관처럼 말하시던 모습이 떠올라서 내발만보면 눈물이 자꾸 쏟아진다
첫째를 낳고 부었던 내발, 한걸음 한걸음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그새 까먹고 그 걸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염려하지못했던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처음으로 첫째를 보여드리러 대전에 갔던날
행여나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아이의 손을 꼭 잡으셨다
약때문에 다 부어버린 몸과 여기저기 넘어지셔서 멍이 들어있는 손가락 마디마디
아이의 손을 잡으셨는데 그 손과 하얗고 통통한 아이의 손이 비교되었다.
곧 떠나실분의 손과 이제 막 세상을 보기시작한 아이의 손, 만감이 교차했다
둘째 임신으로 추석에 찾아뵙지 못했던 작년에 다윤이는 잘지내냐며 얼마나 컸냐면서 다윤이가 나를 참 좋아하는걸아냐며 뿌듯해하시던 목소리로 전화를 한게 마지막이었다.
잘있으라는 말 없이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리셨다
전화를 받고 울수도 없었다.
서거를 전해주는 가족들의 목소리도, 서거를 전하려 건 전화에 받는 가족들의 목소리에서도 어느한분 온전하지 못했다. 내가 울면 다들 더 울것같아 울지못했다.
뱃속의 아이를 움켜잡고, 첫째를 안고 대전으로 향했고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찍어보내드리는 빈집에서 아직 채 빨지못한 할아버지의 옷가지를 부여잡고 소리죽여울었다.
혹시나 올라가시는길에 들으시면 발걸음 무거우실까봐
남편과 나의 해가 저무는 시간이 다가오면,
내 아이가낳은 자식들은 동쪽에서 우리를 바라보겠지
그때 꼭 말해주고싶다.
해가 저무는 시간을 너무 슬퍼만하지말자고
해가지고 어두운 밤이 있어야 다음날 뜨는 아침해가 더 밝게 느껴진다고
할아버지.
여든 아홉해의 시간동안 즐거운 여행하다 가셨는지요
지금 푹 쉬시면서 부어있던 발 주물주물 풀어내고 편안하게 계신가요?
멍든 온몸이 제 아이만큼이나 하얗고 보드랍게 치유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먼길 여행하고 할아버지 만나러 가는날,
다윤이가 언제 처음 걸었는지 어떤 동물을 가장 좋아하는지
둘째 윤우가 누굴 더 닮았는지 말썽을 얼마나 부렸는지
나는 40대가 되면서부터 어디에 주름이 가장 많이 생겼는지
그런 시시콜콜한 의미없는 이야기들로 할아버지 무릎에 누워 하루종일 얘기해드릴게요
있잖아요 할아버지, 사실은 제가 조금 지쳤나봐요
늘 잘해내야할것같은 모든 일상들을 내려놓고 사진을 바라보니
아 내가 지쳤구나, 하고 어깨힘을 살짝 풀어봅니다
어깨가 내려온만큼 마음도 풀어졌는지 서러워서 눈물이 그렇게나 나네요
서러울것도 없는 일상에서 뭐가그렇게 울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울다 잠들면, 꿈속에서 포근히 안아주시려나싶어 조금만 더 울어보겠습니다
보고싶어 그냥 적어봅니다. 이 마음은 괜히 닿지 않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