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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새에게 얼음을 가져다주는 손길

by 라라라

새들이 죽어간다. 새뿐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무들도 곤충들도 크고 작은 동물들도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도 죽어간다.



폭염으로 인한 택배 노동자들이 벌써 몇 명째 죽었다. 햇볕만 나가면 몇 걸음 걷기도 전에 확 지치는 뜨거움이다. 햇볕이 없는 지하주차장에서도 자동차 열기에 사람들이 쓰러진다. 40도가 일상인 세상이 왔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거래. 환경 운동을 하는 친구의 말이 다시 무섭게 떠오른다.



장마는 끝났다던데 나뭇잎들이 축축 늘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기후 위기를 만들어낸 인간들 때문에 참 미안했다. 인터넷에서는 새들이 너무 뜨거워서 쓰러져있는 영상들이 보인다. 한 인간이 다가간다. 물과 얼음을 들고 새들에게 가져다준다. 이미 죽기 직전이라 새는 한동안 찬 물조차 받아먹지 못한다. 입과 목과 작은 몸이 타들어갈 만큼 버틸 만큼 버텼을 테다. 잠시 후 다행스럽게도 새가 움직인다. 냉기에 살아난다. 새들을 살린 인간의 손길이 눈물 나게 고맙다.



이 폭염은 여름만 되면 면역력 질환인 아토피로 고생을 하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이 폭염에 살 수 있니. 버틸 수 있니. 면역력이라는 것은 이제 에어컨을 쐴 수 있는지 아닌지에 달린 것 같다. 에어컨을 쐬지 못한다면 폭염에 당해낼 면역력이란 없다. 인간들이 내뿜은 탄소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지구 온난화를 다시 악순환시키는 에어컨 실외기 열기. 나 하나는 부디 지구의 실외기 열기에 보탬이 되지 않고자 매년 노력해 왔다. 적어도 집에서는 에어컨 틀지 않기. 산 옆인 우리 집은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서 그나마 가능했던 목표였다. 그런데 올해는 7월 초부터 도서관으로 피서를 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해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내년, 후년에도 집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매일 도서관같은 시원한 곳을 찾아 도망치는 나는 참 한가한 사람이다.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떨까. 폭염에도 참고 일하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같게 들린다. 그들의 면역력, 아니 생명력 또한 적당한 온도에서나 가능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노동자들의 미래는 어찌 되어야 하는가.



대체 인력을 많이 구해서 노동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이며 교대로 일하는 방법?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은 더욱 병가를 잘 쓸 수 있는 복무 시스템 만들기? 여름에는 택배를 시켜도 가을에 배송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택배 기사님들의 안전에 최우선하는 사회 분위기? 또는 가능하면 택배를 시키지 말고 직접 구매하기? 50도에도 녹지 않는 로봇들을 얼른 상용화해서 일자리를 대체하기? 전 세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안 쓰는 플러그를 뽑고 스팸메일을 삭제해서 탄소 발자국 줄이기? 너무 더우면 건물, 도로 등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



택배 물량 자체를 줄이거나 로봇으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노동자들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 대체 인력을 많이 구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비정규직의 확대가 돼서 좋지 않을 수 있다. 공사를 중단하면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이 방법도 저 방법도 다 단점이 있는 것 같아 뭐가 해답인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알겠는 건, 세상에는 새들을 돕는 인간의 손길에 고마워 같이 눈물을 흘리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 폭염에 혼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만의 더위를 빨리 식히는 에어컨 파워 냉방이 아니다. 오늘 시켜 반드시 내일 배송 받아야만 하는 택배가 아니다. 공사비 절약을 위해 공사 기간을 하루라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이 더 들더라도 내가 좀 덥더라도 인간과 자연이 다 같이 함께 살아낼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사느냐 죽느냐의 생존에 대해 말할 시기가 왔다. 기후 위기 속에서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우리 면역력도 기뻐서 조금은 올라갈 테다. 시간을 버는 동안 집단지성의 지혜들이 나올 테다. 그동안은 조금씩 불편함을 나눠 짊어져야 한다. 죽을 위기의 새에게 얼음을 가져다주는 사랑을 곳곳에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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