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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이찬혁의 <비비드라라러브>, 영화<너에게 가는길>을 보고 나서

by 라라라


폰 안의 세상에 갇혀 매일매일을 보낸다. 난 폰 중독이야.


통계를 보면 사람들 인생의 대부분을 폰에 쓴대. 멈춰!


를 머릿속에서만 외친다. 영상 속 자기 계발 메시지들을 아무리 보아도 그들은 폰 안의 이미지들일뿐.


그러다 가끔씩 힘을 내서 실제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안엔 눈빛들이 있다.




저는 겁이 없어요.
밤길에 공터를 가는 게 오히려 좋아요.




나는 바람이 불면 간판 떨어질 걱정을 한다. 뉴스에 칼부림 사건들이 나오면 거리의 사람들에게 나도 언제 당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가지며 걷는다. 비가 많이 오면 집 옆 산에 만들어둔 옹벽이 무너질 것 같다. 그런 나에게 반짝이고 힘찬 그녀의 눈빛은 외계의 생물체 같다.





비가 오면 비가 오나 보다 할 뿐이야. 산사태 걱정은 안 해. 칼부림 사건이 나면 안타깝지만 그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매일 그런 걱정 안 하고 살아.




의사도 가족도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명상 책에서는 일이 벌어진 뒤에 걱정하기 시작하라고 한다. 맞아. 맞는 말인데,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를 보면 그 확률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느끼는 게 왠지 합리적이고 수학적인 판단인 것 같다.




선명한 사랑. vivid lala love



가수 이찬혁이 신보를 냈다. 제목은 vivid lala love. 선명한 사랑이란 뭘까. 이찬혁의 무대 위 댄서들 중에는 소인증의 사람이 보인다. 댄서들과 이찬혁이 다 같이 즐겁게 춤을 춘다. 그리고 친구라는 노래 가사가 자주 들린다. 댄서들이 계약 관계가 아니라 친구라는 듯이.



좌절스러운 시대에는 예술이 그야말로 해답인가 보다. 그리고 기다리다 보면 이기나 보다. 내 생애 소인증을 가진 사람의 춤을 대한민국 공중파에서 볼 수 있다니. 역시 역사의 강물은 흐르고 세상은 조금씩 진보하는 게 맞았어. 우리 말이 맞다구.




그리고 이런 광경에는 겁 없이 진실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모인다. 그리고 사랑을 말한다. 행동한다.




폰 안의 세상에서 나와. 사람들의 눈빛을 만나고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맞서 싸우자. 그러다 죽도록 힘들면 내가 곁을 지켜줄게.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의 한결이 엄마 나비처럼. 우리 모두 외롭지 않도록. 그전까지 우리는 끝내 이기리라 생각하면서 만나자. 겁 내지 말고 그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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