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는 어릴 때 앓다가 거의 나았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대학교 때 한 번, 출산 이후로 한 번 다시 뒤집어졌다. 출산 이후로 손에 물이 닿을 일이 많아서인지 수포와 가려움을 동반한 한포진 같은 것이 손에 생겼는데 병원에서는 그것도 모두 아토피의 일종이라고 했다.
요즘은 한포진, 아토피 환자들의 글들을 인터넷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아토피를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참 많았다. 한 번은 목욕탕 탕 속에 들어가 있는데 나가라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있다. 옮기는 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싫으니 나가라고 하는 아주머니의 말씀이 아직까지도 한스럽다.
참 지긋지긋하기도 하다.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고 깊은 가려움 때문에도 그렇다. 모기가 물어서 가려운 것은 표면의 1 정도고, 아토피로 가려운 것은 깊은 곳으로부터의 1000 정도다. 가려움은 점점 넓은 부위로 확장되어 간다. 고통과 우울의 연속이다. 모기가 물어도 별로 개의치 않는 나를 보면서 남편은 항상 놀라고 안쓰러워한다. 훗, 모기 가려움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지.
진물 나는 살을 계속 긁다 보면 이러다가 뼈를 보는 게 아닌가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긁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차라리 손과 발을 자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손과 발이 없는 분들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그 순간에는 정말 그런 마음이 든다. 고 박지선 님의 죽음도 아토피 환자들이라면 모두 깊이 공감했으리라.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가듯 다 긁고 나면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조금이라도 열감을 식히고 진물이 마르기를 기다린다. 가려움을 참지 못한 나를 직면하고 상처를 마주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애써 하늘을 바라보고 반복되는 후회와 매미 소리만 야속하게 공기 중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