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to-do List

하고 싶은 걸 할 때 보다, 하기 싫은 것을 안 해도 된다는 설렘

by 레이지썬데이

대부분의 ‘하지 말아야 할 리스트’는 인내하고 금지하는 의미를 가진다. 대부분의 경우 ‘하기 싫은 일을 안 하기’ 보다는 ‘하고 싶은 일 또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참기’를 강요하는 속성이 있다. 대부분 성과나 성취와 관련되어 있거나, 사회적으로 따라야 하는 규칙인 경우가 많다. ’ 과속 금지 - 제한 속도 60km/h‘, ’ 접근 금지 - 잔디 보호 구역‘, ’ 잠들지 말자 - 네가 잠든 시간에 전교 1등은 공부를 한다 ‘, ’ 먹지 말자. 이미 아는 맛이다.‘ 등. 그렇지만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할 리스트를 스스로 작성해 본 적은 잘 없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말자는 것 들은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는 있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왜 하기 싫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 사회에서 살게 된 걸까? 쓴 인내의 열매를 먹고 달콤함을 얻기엔 혀를 속일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다면 왜 우린 무엇을 위해 혀를 속여가며 쓴 것을 삼키는 인생을 살아야 할까?


요즘 한창 빠져있는 틈메이러 사탕. 달고 짭쪼롬 하니 인생이 쓸때 입안에 하나 넣으면 잠깐의 행복감 피치를 올릴 수 있다.


’ 하지 않기 리스트‘는 철저히 자기 자신의 시각으로 다시 구성해야 한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할 때 느끼는 만족감도 크지만, 대부분의 하고 싶은 일은 하기 싫은 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스란히 자율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유를 위해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루틴이 필요한 것처럼, 자율성은 원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 원치 않는 것을 얼마든지 하지 않아도 될 때 가장 만족도가 높은 상태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그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경제적 자유(소위 FIRE를 꿈꾸는 것) 또한 그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강남에서는 낙엽도 그냥 예쁜 쓰레기가 된다. 이 친구들도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진게 아닐거다.


최근 꽤나 나를 괴롭혔던 일을 놓아주는 선택을 했다. 그 일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고, 그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목표로 꿈꾸며 인내하고 노력하고 애썼지만 결국은 그 과정에서 너무 큰 고통을 겪었다. 삶의 만족도 하락은 물론 심신의 건강까지 해쳤다. 원하는 것을 가지려다가 잃을 것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니 원하는 것 또한 놓아줘야 하는 상태가 됐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이제 더 할 필요가 없다니, 너무 자유롭잖아?’하는 생각이 스치며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에게 큰 평온을 가져왔다. 문득 태어나 지금까지 마주해 온 교육 환경과 사회 분위기를 통해 의심 없이 흡수해 온 것들이 떠올랐다. 원치 않는 트로피를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것 같다는 깨달음이었다. 나름 ‘하고 싶은 일이야’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결국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원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지금이 아닌 나중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너무 다행이라 생각한다.


원치 않는 것을 하지 않기로 생각하고 하나씩 실천하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당장 이걸 안 해도 된다니 너무 신나잖아?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기로 하니 삶이 더 포근하게 느껴졌다. 좀 더 솔직하지 못하게 지낸 나에게 미안해졌다. 나름 소신껏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알고 보니 피상적인 것을 좇아 불행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만 힘든 거 아니야, 다들 이렇게 살잖아’라고 생각하며 토닥였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 기회로 ‘하지 않기 리스트’를 정리해 보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하고 싶은 것 찾기’도 해보려 한다. 불행으로부터 멀어질 용기가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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