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은 방어, 방어는 공격

회피로 정면돌파 하는 법

by 레이지썬데이

요가를 하고, 러닝을 하고, 헬스를 시작하고, 최대한 직접 만든 식사를 챙겨 먹고, 모닝페이지와 감정기록, 그리고 생각로그 등 저널을 정리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최근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카를로 로벨리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독서를 마쳤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쉼표의 한 달을 보냈다.


한 달쯤 지나면 꽤 회복되었겠지 하는 마음에 혼자 제주도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일처럼 느껴져서인지 자꾸만 미루고 미루다가 출발하는 날짜만 정하자는 마음으로 김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와 숙소만 예약해 두고 아무 계획도 짜지 않았다. 너무 복잡하게 가는 여행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여러모로 동시에 하고 싶은 게 많으면서도, 여유로워서 비우고 올 수 있는 여행이기를 바라며.


퇴사 이후에 루틴이 없으면 매일 무얼 할지 고민하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동선이나 시간 계획을 하다 보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기록하는 방식을 루틴으로 정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모닝페이지를 4~5줄 정도 작성하고 근 시일 내에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정리한다. 자기 전에는 하루 동안의 감정기록과 함께 생각 로그를 적기로 했다. 독서 중인 기간이라면, 2~3장 정도의 필사를 병행한다. 그 외의 아이디어나 생각에 대한 기록은 정해진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어디서든 기록한다. 이렇게 시간과 방법을 일부 정해놓으니 하루를 계획하지 않고도 쓸 수 있는 루틴이 생겼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 1~2가지를 곁들이는 것이다. 좋아하는 원두를 골라 커피를 직접 내리거나 잎차(요즘은 보이숙차에 푹 빠져있다)를 우려 마시며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럼 이 루틴마저 좋아하는 일이 된다. 여유가 없어 기록을 하지 못한 날에는, 죄책감을 갖지 말고 단 한 줄, 또는 좋다 나쁘다 정도를 알 수 있는 기호나 스티커 정도만 활용해도 좋고 아니면 과감히 스킵한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의외의 답이 나온다. 일을 하지 않고 마냥 쉴 수 있어서 내가 행복한 게 아니라, 이렇게 유지할 수 있도록 지난 기간 경제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어가기 위해 (너무도 당연하지만) 경제활동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냥 칭얼대는 아이처럼 '일하기 싫어, 일은 나빠, 일하면 스트레스받고 힘들고 날 아프게 해'라고 생각하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짱구를 굴려보았지만, 결국은 정공법이 필요한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좋아하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다음 계획도 조금씩 머리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크게 다른 방식이나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에서 원동력이 되어 힘들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충분히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신 예전처럼 소진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 안에서 서핑하듯 밸런스를 잘 잡고 파도를 타는 연습은 아직 더 해야겠지만. 그렇게 없는 것은 찾아나가고, 소중한 것은 보호해 가며 살 준비. 제주에 가면 가슴에 더 담을 수 있는 마음의 양분을 잔뜩 얻어오길 기대해 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