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서 전집 창업 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가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이드메뉴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전집의 대표 사이드메뉴는 비수기(비가 안오는 때)에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가게의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되어 고객이 우리 가게를 떠올리는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명 전집들의 사이드 메뉴를 살펴보고, 어떤 방향으로 정체성이 생겼는지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삭히지 않았어, 해치지 않아."
우이락 홍어무침의 슬로건입니다. 보통 삭힌 홍어는 냄새가 심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홍어무침이라는 생소한 음식을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망원시장 우이락은 고추튀김과 모둠전이 유명한 곳입니다. 처음에는 홍어무침집으로 시작했으나, 사이드메뉴로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해서 기름기가 있는 전과 튀김을 메인메뉴로 넣었다고 합니다.(서민갑부 내용 중)
지금은 더욱 더 다양한 사이드가 많은 프랜차이즈가 되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홍어무침이란 메뉴를 위트와 함께 사이드로 강조함으로써 원래 강점이 있었던 홍어무침을 부각했습니다.
은평구 역촌역에 위치한 바로전집은 오랜 시간 맛집으로 자리를 지켜온 전집입니다. 이곳은 불오징어라는 사이드메뉴가 유명합니다. 불오징어란 메뉴는 어디가 원조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은평구 연신내역 부근에 위치한 '두꺼비집'입니다. 주변 상권에 익숙한 음식 중 하나를 사이드메뉴화 함으로 지역 맛집의 이미지를 연상시킨 좋은 예입니다.
강릉은 꼬막이 유명한 만큼, 강릉에 있는 대부분의 전집에서는 꼬막무침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성황 중인 본전집의 꼬막무침은 다양한 사이드 메뉴 중 단연 인기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역의 특산물을 사용한 사이드는 지역 상권의 확실한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가장 핫한 지역인 압구정 신사동에 위치한 신사전의 사이드메뉴는 음식이 아닌 막걸리입니다. 벌집꿀을 잘라 막걸리에 담아주는 퍼포먼스와 함께 나오는 벌집꿀막걸리는 젊은 소비층이 많은 신사동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전 메뉴 역시 전통적인 느낌보다는 퓨전한식의 느낌이 나는 메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광장시장에는 많은 전집과 빈대떡집들이 즐비해있습니다. 순희네 빈대떡뿐만 아니라 누이빈대떡, 박가네빈대떡 등 큰 가게에서는 어김없이 육회를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광장시장이 육회와 빈대떡으로 유명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가 오는 날 외 장사가 되지 않는 전의 특성상 같이 어울리는 매콤한 계열의 사이드메뉴가 아닌 계절적 요인이 반영이 덜 되는 육회가 사이드메뉴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불티나이모네전의 사이드메뉴는 골뱅이소면입니다. 이 가게는 포차처럼 운영되다가 코로나 이후 야식 포장과 배달을 전문으로 바뀌면서, 전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매콤한 메뉴이면서 인기 있던 야식 메뉴인 골뱅이소면이 인기 사이드 메뉴가 되었습니다.
동인천에 위치한 다복집과 해미집에서는 모둠전과 함께 스지탕, 스지수육을 판매합니다. 부산 해운대나 동인천처럼 바닷가 인근에는 사골과 힘줄을 푹 우려낸 스지탕 메뉴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도 지역 특성상 스지 요리가 유명하고, 전과 함께 곁들여 먹는 문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여러 유명 전집의 사이드메뉴를 살펴보았습니다.
전집의 사이드 메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결정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 전의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거나 어울리는 메뉴
2. 지역에서 유명하거나, 익숙한 메뉴
전이라는 음식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메뉴지만, 평소에 찾는 비중이 많지 않은 음식으로 적절한 사이드메뉴를 배치하거나, 오히려 주력 메뉴를 다른 음식으로 놓고, 전을 사이드 메뉴로 배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