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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전상인 Oct 20. 2023

동네전집, 장사가 안된다고 제발 신메뉴 만들지 마세요


전이 안 팔리는 날에 하면 안 되는 것


요즘 같이 무더위가 기승하는 날이면 시원한 음식과 음료를 제외한 따뜻한 음식점들은 매출이 저조합니다.

전집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더울 때는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이때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구가 있는데요.


바로, 냉면이나 콩국수 등 시원한 메뉴를 만들어 손님에게 팔아보고자 하는 신메뉴 창작 욕구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력과 유동인구가 많고, 점포의 규모가 큰 곳에서는 해도 되는 방법이지만, 일반 전집의 경우 작은 평수와 상권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전집에서 냉면이나 콩국수를 팔아봤자 전문점이 아닌 전집으로 먹으러 오는 손님이 없을뿐더러, 전이 필요해서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전문점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노리기라도 한 듯 정말 바쁜 날,곧 얘기하게 될 일년 중 전집이 바쁜 날,


냉면이나 콩국수를 찾는 손님이 꼭 나타납니다.


왜 저번에 왔을 때는 팔더니 오늘은 안되냐며, 평소에 찾지도 않던 메뉴를 한창 바쁜 와중 주문이 들어오면 재료는 어딨는지도 모르고 정신은 더 없어져, 애꿎게 메뉴를 손님을 원망하게 됩니다.



저희 가게도 예전에 전이 안팔리는 날, 신메뉴병에 걸려 무더운 날일때면 냉면, 비빔국수 등 이것저것 개발해서 내놓았는데, 당연히 안 팔립니다.


지금은 더운 날, 전이 안 팔리는 날이면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를 정비하거나, 밀린 배달 리뷰를 달거나, 가게를 청소하거나 하는 등 정신을 딴 데 쏟곤 합니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기도 하고 미약하나마 가게에 도움이 됩니다.


전 이란 메뉴는 매일 잘되는 날이 없는 음식임은 확실하니, 잘 팔리는 날 더 많이 팔아봐야지 라는 희망으로 그날을 준비하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전이 잘 팔리는 날을 준비하자



언제 전이 가장 잘 팔리냐 물어보면 바로 비가 오는 날입니다.


전을 부치는 소리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유사하다고 전을 찾으시는 분들도 있고, 비가 오는 날이면 튀김이나 전 등 기름진게 먹고 싶어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비는 위대합니다.



비가 오는 날은 전이 많이 팔리는 날입니다.

저희 가게도 비가 오는 날 배달, 포장으로 상시근무인원 4명에서 일매출 350만원을 판 적이 있습니다.


평일 기준 거의 3-4 배의 매출을 올리는 날, 비 오는 날 만세입니다.


비 오는날은 매출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희 가게는 주문 즉시 준비된 전들을 부치기 때문에, 배달이 밀리거나, 주문이 밀리면 배달 어플과 주문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곤 합니다.


처음에는 미리 부쳐놓은 전을 데워서 판매해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로 인해 비가 안 오는 날에도 저희 전을 찾아주시는 전 매니아 고객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기존 방식대로 그대로 조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산성을 올리는 방식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냉장고와 조리대의 동선, 그리들과 포장의 동선, 포장 방식 등 다양하게 많은 양의 주문을 수월하게 쳐내며 효과적으로 매출을 올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물론 매장 상황, 홀이냐 배달중심이냐, 그날 오는 손님 상황 등 변수가 많지만 그래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음식을 내어낼 수 있냐에 따라 큰 폭으로 매출 차이가 발생합니다.


비가 오는날 바빴던 매장 상황을 기억하며, 비가 오지 않는 날 그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준비하는 것이 신메뉴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입니다.


진짜 전이 잘 팔리는 날 준비하기



추석과 설날, 한 달 전부터 전집에서는 전화가 자주 울립니다.


“전 예약 되나요?” “ 그날 찾아갈 수 있나요?(제발)”


비 오는 날보다 더 전을 애타게 찾는 날, 설날과 추석 명절 전 3 일은 손님들이 전집을 찾아 삼만리, 제발 전을 팔아주세요를 시전 하는 날입니다.


그때만큼은 이렇게 전을 찾는 사람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온  전집 앞이라도 어디 유명한 맛집인 것처럼 길게 줄을 늘어서고, 과장 조금 보태서, 제발 전을 팔아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전 다 팔렸다고 했더니 흐느끼며 주저앉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희 가게의 경우도 보통 명절 삼 일 전부터 교대로 새벽까지 꽉꽉 쉬지 않고 전을 부치고 포장해도 결국 마지막까지도 전을 못 사고 시어머니에게 욕먹을 생각에 표정이 굳어진 손님을 보게 됩니다.


명절은 전집이 가장 성황인 날입니다. 이 많은 손님을 어떻게 해야 하나고민해야 될 정도로 예약문의도 많고, 예약을 받은 뒤에도 어떻게 다 만들어야 하나, 기쁘면서도, 힘든 걸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깁니다.


그러나 이 명절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가게의 단골층 확보와 전집으로써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저희 가게의 경우 명절 당일을 포함한 휴일에도 쉬지 않습니다. 의외로 당일이나 휴일에 전을 드시지 못하고 일을 하시거나, 혼자 타지에 계신 분들이 많아 그날도 주문을 받고 그 손님들을 위해 전을 부칩니다. 이후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전을 찾지 않는 날에도 주문해 주시는 단골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장사는 안 되는 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잘 되는 날 얼마나 많은 손님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손님들이 꾸준히 방문해 주어 장사가 안 되는 날을 점차 줄여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전집을 하고 계시는 사장님, 또는 준비하고 계시는 사장님.

제발 신메뉴, 만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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