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어머니를 도와 전집에서 서빙을 시작할 때, 어떤 손님이 아무 말을 하든 맞장구를 쳐주고, 어떤 무리한 부탁이라도 최대한 해주고자 노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맛있게 먹었다고 다음에 또 보자라는 말과 함께 떠나는 손님들을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다 들릴만한 작은 가게에서 손님이 말하는 건 다 귀담아 들어주고, 손님이 원하는 건 최대한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단골이 된 손님들이 매출을 올려주고, 항상 즐거운 시간만 가지게 될 거라는 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몇 가지 경험이 데이터로 쌓이게 되면서 저는 단골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모든 단골손님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주 오는 손님 중 조금 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눠 친분이 두터워질수록 가게의 룰을 바꾸고 싶어 합니다.
저희 가게에서 판매하는 모둠전의 경우, 잘 못 드시는 종류의 전이 있거나, 좋아하시는 전이 있으면 일부 변경해 드리는데, 어떤 단골분들은 모둠전 중 일부가 아닌 전체 변경을 원한다던지, 기타 음식에 들어가는 레시피나 재료, 넘어서는 조리 방식까지 변경을 원합니다.
동네 장사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 저희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친하다, 자주온다라는 명분으로 가게의 룰과 전혀 맞지 않는 요구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단골으로서의 특권이 되어버린 것처럼 어느 순간 음식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닌 팔아주러 왔으니, 잘 대접해라가 되어버립니다. 그 순간이 오면 저희도 거절을 하게 되는데, 요청을 거절함과 동시에 그 단골손님의 기분은 상하게 되고, 친분이 더욱더 불편한 사이를 만들게 되어 단골고객은 떠나가고, 제 기분은 착잡해집니다.
정확한 가게의 매뉴얼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오히려 고객과의 친분은 독이 됩니다. 아직 미숙한 장사를 하고 있고, 매뉴얼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단골손님과의 두터운 친분을 쌓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을 받다 보면 몇 번째 주문한 고객이라고 표시가 됩니다. 10번째 주문한 고마운 고객님께서는 항상 리뷰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시길래, 서비스와 함께 작은 손 편지를 썼던 적이 있는데, 왜인지 그 뒤로는 주문을 하지 않으셨습니다.(주문한 고객 표시를 안 한 것일 수 도 있지만...)
또 종종 소액으로 포장해 가시는 어린 학생 고객분께도 서비스를 과하게 드렸더니, 다음에는 뵐 수 없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많이 미숙했던 탓인지, 과한 친절과 응대가 고객들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오히려 과한 친절보다는 일률적인 서비스를 우선적르로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는 손님 모두를 만족시키고, 재방문을 유도하고, 맛집으로 소문내도록 해야지라는 것은 저의 정말 오만한 마음가짐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골을 만들기보다는 손님들이 말하는 불편사항이나 요구사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했습니다.
배달에 나가는 간장통이 약간 샌다는 리뷰가 달려서, 그 뒤로는 항상 작은 통이라도 액체가 담기면 랩핑을 해서 배달을 나갔습니다.
또 동태전의 가시가 많다는 리뷰가 달린 것을 보고, 업체를 바꾸고 해동한 동태의 가시를 한 땀 한 땀 빼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그런 요구사항이 있는 리뷰가 달리지 않기 시작했으며, 몇 달 뒤에는 자신이 간장이 샌다고 리뷰를 남겼었는데 오늘 배달시켜보니 랩핑이 되어있어서 감동을 받았다. 라고 적어주신 고객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무리한 요구사항을 다 들어준다고 해서 고객이 단골고객이 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객이 토로하는 불편사항을 즉각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했을 때, 조금 더 저의 가게에 대한 이미지를 기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음식점 매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수와 객단가입니다. 고객 수는 한 사람이 100 번 방문할 수 도 100명이 한 번씩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고객이 많이 방문하는 가게가 더욱 좋은 가게이냐는 조금 더 고민해야 될 문제지만, 먼저 방문한 고객이 방문 토로한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다음 방문한 고객이 여러 번 올 수 있는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단골고객이 진상으로 다가올 때 기분이 나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하루 종일 우울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장사가 안될 때면 그 진상손님이라도 잡을걸 이라고 후회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나중 가게를 위한 데이터라고 생각하고 하나씩 보완하여 더 나은 가게를 만들고자 마음먹으니 조금 나아지더라고요.
저는 단골을 만들지 않습니다.
단지 많은 고객이 좋아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