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시전상인입니다.
오늘은 제가 자주 방문했던 곳에서, 아 정말 맛집 사장님들은 이런 비결을 가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던 점을 정리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희 가게는 영업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여기 언제 생겼어요?라고 묻곤 합니다.
처음에는 생긴 지 3년이 넘었는데도 몰랐단 말이야?라고 생각해 봤지만, 모든 고객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려고 찾아다니지 않는 이상, 주변을 잘 살펴보거나 기억하지 않습니다.
저희 시장에 있는 한 야채가게는, 우락부락한 남자사장님이 있습니다. 몸도 엄청 좋고, 성격도 세서, 하루가 멀다 하고 손님들과 싸우고, 심할 때는 경찰까지 오곤 하는데, 그 사장님이 매일 소리 지를 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지 마! 사지 마! 너 하나 안 사도, 물건 좋은 것 가져다 놓으면 손님들 다 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손님들한테도, 험하게 말하며 소리를 꽥 지르지만, 항상 그 야채가게는 사람이 많습니다. 카드도 안 받고, 불친절하고, 과일이나 야채를 고르지도 못하게 하는데 말이죠.
저는 이 부분을 손님이 가게를 기억하게 되는 개성이라고 판단 내렸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잘생겼다던가, 가게의 외관이 이쁘다던가, 음식이 정말 맛있다던가, 특이하 다던가는 수많은 가게 중에서 자신의 가게를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개성 중 하나입니다.
물론 불친절한 게 콘셉트가 될 수는 없고, 정말 불친절하지만 야채가 정말 좋고 싸다던가 하는 개성 외에 부각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수반되어야 합니다.
제가 학창 시절부터 자주 가는 공릉동 막창집이 있습니다. 메뉴는 단일 메뉴 소금구이 하나뿐이고, 볶음밥 이런 것 없이 슬라이스 감자와 양파 마늘만 함께 구워 먹는 집입니다. 막창에 냄새가 나지 않고 양도 많아 항상 오픈부터 새벽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장님이 막창을 손질하시는 것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데, 초벌 된 곱창을 계속 잘라내고 계신 겁니다. 손님들 웨이팅은 길고, 기다리는 손님도 많은데, 계속 막창을 집게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손질하고 계신 사장님을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 저희 테이블에 서비스를 주며 이야기를 하러 오셨을 때, 조심스레 여쭤봤습니다.
사장님 근데 왜 초벌 막창을 가위로 잘라내시는 거예요? 탄 거 잘라내시는 건가요?
그러자,
초벌 된 막창의 수평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하시며, 그래야 막창이 골고루 익어 같은 타이밍에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초벌 할 때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초벌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분들이기 때문에 사장님이 최종 서빙을 나가기 전 수평을 맞추는 작업을 하셨던 겁니다.
와, 이 집에는 정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는 디테일이 있었구나라고 감탄하며, 소주를 정말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굳이 이런 것까지 하는 사장님들, 이것이 꾸준하게 맛집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디테일의 핵심은. 꾸준함입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때부터 가기 시작해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그 디테일의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 어렵지만 꼭 배워야 할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너무 당연한 얘기 같아, 뺄까도 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맛집이지만 사장님이 몸이 힘들어 그만두는 집과 계속 확장하며 잘되는 집의 차이가 여기서 발생하는 것 같아 적어놓기로 했습니다.
개성이 있고, 디테일이 있는 가게가 장사를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메뉴의 가짓수를 줄이거나, 생산 공정을 줄여 생산성을 높인다거나,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사장님은 서비스 응대에 집중한다거나,
상권이 좋은 곳으로 지점을 옮겨 일하는 과정 대비 높은 객단가를 받는다거나
이런 부분들이 유튜브에서 많은 장사고수들이 설파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장사에서 사업으로 가려면, 시스템을 만들어라.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 앞서, 효율성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속초중앙시장의 막걸리술빵을 파는 곳을 보면 하나의 단일 메뉴에 집중하여, 최대한 효율적인 동선을 갖추어 빵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는데, 대기실 동선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서울 동대문에 가장 유명한 닭 한 마리 집도, 다른 집은 다양한 메뉴를 파는 것에 비해 닭 한 마리 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 마리에 18000원이던 가격이 현재는 2만 원 후반대를 육박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반마리는 추가도 안 됩니다.)
처음부터 줄을 세울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의 맛집들의 경우 점점 장사가 잘되다 보니 메뉴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주방 동선을 수정하고, 그것도 힘들면 단가를 점점 높여 수익성을 향상합니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사장님의 비결은, 과감히 무언가를 삭제하는 것입니다.
메뉴를 삭제하던지, 동선을 삭제하던지, 반찬을 줄이고 주력메뉴에 집중한다던지, 기존에 있던 틀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효율성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선 많은 결단이 필요합니다.
저희 가게도 메뉴가 많습니다. 전집이기 때문에 메뉴가 많아야 한다는 핑계로, 아직도 제대로 메뉴를 줄이거나,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말 우리 가게가 가진 차별화된 개성이 있는지, 꾸준하게 고객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디테일이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