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전상인 Oct 19. 2023

내 장사의 성적표

기대 이하의 나날들

요즘처럼 장사가 더딘 날들이 지속되다 보면, 갖가지 상념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습니다.


“우리 가게 음식이 맛이 없나?”

“내가 무언가 장사를 잘못한 게 아닐까?”

“그냥 회사나 다닐 거 그랬나...?”


이내, 할 일이 없던 손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페를 접속하고, 장사가 어렵고, 힘들다는 사장님들의 글을 보면서 동질감이 뒤엉킨 자조감을 얻어 옵니다.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그래도 잘되는 가게들은 다 잘된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무언가를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도 헤집어 보고, 배달의민족 리뷰에 답글도 달아보며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며칠을 같은 패턴과 하루를 보내고, 정산을 해보니 예전 같지 않은 매출 성적표를 보니 가슴은 답답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번달 제 장사의 결과, 성적표는 기대 이하입니다.


잘 안될 때만 보이는 성적표

장사의 성적표는 항상 장사가 잘 안 될 때 날아옵니다.

아니, 장사가 잘 될 때는 성적표를 제대로 체크해보지 않습니다. 바쁘기도 할뿐더러, 장사가 잘되고 매출이 좋을 때는 성적표를 보기 보단 좀 더 찬란한 미래를 그리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고, 매상이 오르지 않은 성적표를 보며 예전의 나의 선택을 후회합니다.


“그때 힘들다고, 가게 문을 닫지 말걸...”

“그때 가격을 올리지 말걸...”


다시 손님이 온다면, 매출이 늘어난다면, 다시는 그러지 말자라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미뤄놓습니다.


이제부터는 잘 될 때까지 버티고, 발악하는 일만 남아있습니다.

초라한 성적표를 보면서, 다음 성적이 나올 때까지 버티면서 발악하는 것 밖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코로나 때도 그랬습니다.

성적표를 보며 내 탓도 하고,

정치경제뉴스를 보며 남 탓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 탓도 하면서 발악해야 됐습니다.


누군가는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하면 다 잘될 거라고 하지만, 빛이 보이지 않을 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조건 울부짖는 것 밖에 없습니다.


지금 내가 여기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방법은 발악 밖에 없습니다.


좋은 성적표를 받을 때까지

초라한 성적표를 보며,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시간이 남아서도, 칼럼에 글을 써야 해서도 아닙니다.


이렇게 발악하며 다시 버티다가

언젠가 잘 되었을 때, 아니 다시 성적표를 보고 한숨 쉬지 않아도 될 때, 이 글을 보며,


힘들 때 발악했던 나 자신을 보고 싶습니다.


불과 몇 주전 장사가 잘되었을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불안하기만 합니다.

하루하루 초라해지는 성적표를 보며,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발악해 봅니다.


이 발악이 오답노트가 되어,

좋은 성적표를 가져올 그날을 바라봅니다.







이전 10화 내가 단골손님을 만들지 않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