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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프화가 Feb 15. 2023

나만의 문장으로. 79자 메모법

나만의 문장으로 본질만 남기는 79자 메모법을 알아보자.

메모의 적정 분량은 얼마일까?

최근 제텔카스텐을 시작으로 메모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메모를 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많은 궁금증 중 가장 많은 주제는 바로 '메모의 분량'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메모의 분량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진 못한다. 

다들 각자,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메모의 분량을 정한다. 

아웃풋을 중요시하라고도 이야기하고, 나만의 문장으로 이야기하라고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 중이라면? 


79자 메모법을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79자 메모법을 이용하면 나만의 언어로 메모하며, 중요한 내용만 콕 집어 기억할 수 있다.


79자 메모법이란?

79자 메모법은 제목 그대로 79자로 메모하는 방법이다. 

겨우 79자면 된다고? 트위터 140의 고작 절반?  

놀랍게도 그것이면 충분하다.

단, 79자를 마구 적는 건 아니고, 조건이 있다.  


    한 문장의 길이는 20자 미만으로 작성하자.  

    하나의 주제와 3개의 질문으로 완성하라.  

    듣는 이와 말할 상황을 상상해서 작성해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1. 한 문장의 길이는 20자 미만으로

한 문장의 길이는 20자 미만으로 작성하자. 적은 것은 상관없다. 

만약 20자가 넘어간다면?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든 20자로 줄여라.  

불필요한 형용사는 최대한 빼고, 짧은 단어로 바꿔라.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의외로 어렵다.


아래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제텔카스텐은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만든 지식 관리 기법이다.

얼핏 메모로 괜찮은 문장 같다. 하지만 세어보니 30자다. 10자나 넘었다. 좀 더 줄여보자.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이 만든 지식 관리 기법이다.

'독일의 사회학자'를 빼니 23자가 되었다. 그래도 넘친다.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관리 기법이다.

다시 2자를 줄여서 21자가 되었다. 조금만 더 힘내보자.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정리법이다.

자, 20자가 완성되었다.


2. 하나의 주제와 3개의 질문으로 완성하라.

20자 제한. 79자면, 4배다. 

즉, 79자 메모법은 총 4개의 문장이 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4개의 문장은 이렇게 구성하라.  


    주제 - 전체를 포괄하는 중심문장  

    WHAT -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WHY - 왜? 에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HOW - 어떻게? 에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왜 3개의 질문일까?  

인간은 누구나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중심으로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세 가지만 정리해 두면, 그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아사다 스구루는 이 3가지의 질문을 2W1H라고 부른다.


그래서 79자 메모는 하나의 주제와 그에 관련된 3가지 질문. 

그 해답을 포함하도록 작성한다.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은 두 가지이다.

먼저 주제문장을 중심으로, 3가지 질문을 찾아서 하나의 메모로 정리하는 방법. 

두 번째는 지금 메모한 문장이 3가지 질문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찾고, 그 상위 주제를 찾아 하나의 메모로 만드는 방법

앞의 문장을 다시 살펴보자.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정리법이다.

이 문장은 제텔카스텐의 의미. 즉, 'What'을 해결하는 문장으로 보인다. 그럼, WHY와 HOW는?이라는 궁금증이 들 것이다. 왜 제텔카스텐을 써야 할까? 제텔카스텐을 어떻게 써야 할까? 역시 각각 20자씩으로 정리해 보자.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정리법이다. 
제텔카스텐은 많은 지식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제텔카스텐은 관련된 메모를 서로 연결하면 된다.


이제 이 3개의 문장을 하나로 묶으려면 어떤 문장이 좋을까?

아마도 '제텔카스텐이란?'이 아닐까?


즉, 이걸 하나의 주제로 삼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된다.  


    제텔카스텐이란?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관리 법이다. (WHAT) 

 제텔카스텐은 많은 지식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WHY) 

 제텔카스텐은 관련된 메모를 서로 연결하면 된다. (HOW)            


반대로 이 문장을 주제로 삼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정리법이다.


앞서서는 WHAT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중심으로 펼치면 아래와 같다.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관리법이다. 

 니클라스 루만은 독일의 사회학자다. (WHAT) 

 니클라스 루만은 70여 저서, 400여 논문을 썼다. (HOW) 

 니클라스 루만은 제텔카스텐 덕분이라고 하였다. (WHY)            


3. 청자와 상황을 상상해라.

앞서 상황을 봐서 알겠지만,  

이 메모법은 주제와 3가지 질문 중 하나에 답하는 구조가 서로 맞물려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자칫하면 작성할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한정 확장하게 된다. 


이러한 무한 확장을 방지하는 것은 청자와 상황의 설정이다.

메모를 작성할 때는 먼저 상상해라.

누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면 가장 도움이 될까? 

직장에 대해 고민하는 회사의 팀원에게? 함께 스터디를 하는 동료에게? 

메모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아는 동생에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대상이 명확해질수록 우리는 불필요한 내용을 최대한 쳐내고 

필요한 내용을 20자 안에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


덤. 연결해라.

79자 메모법은 제텔카스텐과도 잘 어울리는 메모법이다. 

한 가지 주제와 3개의 하위 문장으로 메모를 만들었다면?  

각각 79자로 다시 정리해 4개의 메모로 만들어 연결해 보자. 

메모 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 내용을 떠올릴 수 있는 제텔카스텐 메모가 된다.


위 예시라면 아래와 같은 4개의 메모를 정리할 수 있다.  

    제텔카스텐이란? (주제)  

    제텔카스텐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관리 법이다. (What)  

    제텔카스텐은 많은 지식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Why)  

    제텔카스텐을 사용하는 방법 (How)  


또한 이 메모 목록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많은 지식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지식의 관리 방법은?


79자 메모의 장점

79자 방법은 알았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꽤 명확하고도, 당연한 이유들이 있다.


본질만 남는다.

앞서 예시를 봤듯 20자는 매우 적은 숫자다.  

그래서 20자에 맞춰 줄이다 보면, 빼야 할 것은 모조리 빼고 정말 본질만 남길 수밖에 없다.

무수한 이야기들을 짜임새 있게 담아낸 것이 간결함이다. 그래서 간결함의 유의어는 단순함이 아니라 탁월함이다. - 다산, 어른의 하루


기억에 오래 남는다.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줄이고 줄이는 과정에서 뇌는 계속 이 문장에 대해 고민하고 재조합하게 된다. 

우리의 뇌는 그 조합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더 뚜렷하게 기억하게 된다.


또한 20자는 많아야 7개 내외의 단어다.  

재미있게도 인간이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단어의 개수는 7개 정도. 

딱 기억하기 좋은 분량이다.


인간의 작업기억은 4칸 정도이며, 1개의 주제 뉴런이 3개의 뉴런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1개의 주제와 3개의 하위 문장 역시 이러한 우리의 작업기억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와,  

키워드 뉴런을 통해 다른 지식을 이끌어내는 방식과 유사하기에 더욱 기억하기 좋은 방식이다.


나만의 문장으로 작성된다.

많은 메모 관리법에서 '나만의 문장'으로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이나 '나만의 문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79자 메모는 나만의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다.


20자에 맞추기 위해 하나라도 줄이려 애쓰다 보면,  

남들이 다 쓰는 뻔한 어휘를 섞어서는 문장을 작성할 수 없다. 

내가 아는 단어들 중에 가장 명확한 단어. 송곳 같은 단어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문장은 결국 나만 쓸 수 있는 문장이 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들여라.

79자 메모법은 그 자체로 지적 훈련이다. 

20 자라는 제한. 3개의 질문을 떠올리고 대답해야 하는 꽤나 고도의 작업이다. 

시간은 걸리지만, 그만큼 나에게 많이 남는 메모법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시간과 정신력 소비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왜 메모를 하는 것일까? 

그저 다람쥐처럼 메모를 모으기 위해서 모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메모를 통해 더 지적으로 성장하고, 더 나은 이야기를 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고, 

내가 몸담은 곳(그것이 나 자신이든, 가정이든, 회사든, 사회든)에서 공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쌀이 창고에 쌓여있다고 해서, 내 배가 부른 것은 아니다. 

내 배가 부르려면, 밥을 지어, 꼭꼭 씹어 삼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억하자.


100개의 링크를 창고에 모으기보다는,  

1개의 제대로 된 79자 메모를 만들어 삼키는 것이 날 성장시키는 길이다.


뱀발. 왜 79자일까?

필자가 79년생이라서


이 메모법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왜 2만 원보다, 1만 9천9백 원이 더 잘 팔릴까?


인간의 뇌는 많은 뉴런을 동시에 발화시킬수록 더 잘 기억하게 된다. 

80자보다는 79자가 더 많은 음운으로 되어 있다. 

(똑같다고? 읽어보자. 팔십자와 칠십 아홉 자. 2배 차이다.) 

게다가 80은 딱 떨어지는 10 단위라 추상화된 덩어리로 뇌를 스쳐 지나간다. 

반면, 79는 어중간한 숫자라, 뇌에서 추상화되지 않은 상태로 더 많은 부하를 일으킨다. 

그 덕에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뱀발 2. 이 기법의 출처.

내 모든 지식이 그러하듯 79자 메모법 역시 다른 책에서 힌트를 얻고, 

내가 아는 지식과 통합한 방식이다. 

만약 79자에 메모법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아사다 스구루의 '한 줄 정리의 힘'이라는 책을 읽어볼 것. 

현재 리디셀렉트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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